웹툰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웹툰 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한 열쇠는 단연 ‘글로벌 확장’이다. 국내 웹툰 시장의 성장 정체를 해소하고, 글로벌 웹툰 생태계에서 빅테크와 경쟁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2018~2022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2020년에 가장 가파른 이후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2020년에 가장 완만한 이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장률을 보면 웹툰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전체 해외 시장보다 훨씬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웹툰 산업 추정 규모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19년 37.2%, 2020년 64.6%, 2021년 48.6%, 2022년 17.4%다.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2019년 4%, 2020년 3%, 2021년 4.7%, 2022년 8%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웹툰 산업이 크게 성장한 국내에서는 이같은 수치가 지속되기 어려운 반면, 이제 웹툰을 받아들이고 있는 글로벌 무대에서는 더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로 진출해야 우리나라가 만든 웹툰 산업을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웹툰 전쟁은 예고됐다. 글로벌 빅테크 아마존과 애플은 웹툰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 일본을 시작으로 웹툰 산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인 애플북스는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세로 읽는 만화(웹툰)’ 페이지를 신설했다. 이를 위해 애플은 3년 이상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지난해 일본에 ‘아마존 플립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들 빅테크의 웹툰 서비스 출발은 일본이었으나, 우리나라 플랫폼들처럼 이를 발판 삼아 북미, 유럽 등 글로벌로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과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웹툰 종주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빅테크의 시장 침투는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빅테크를 통해 웹툰이라는 서비스가 확대되면, 그만큼 우리나라 플랫폼들 또한 새로운 유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웹툰 전쟁 속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국가들에 활발히 진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해외의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웹툰) 산업에 뛰어들면 시장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웹툰)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다만, 빅테크만이 우리의 경쟁자는 아니다. 해외 각지에서 플랫폼이 생성될 수 있고, 여기에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경쟁력있는 창작자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웹툰 산업의 글로벌 진흥을 위해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 회장은 “웹툰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이므로 다양한 장르의 경쟁력 있는 작품을 위해 국내 플랫폼, 제작사, 창작자들이 힘써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제작 지원, 유통 구조 확대, 해외 시장과 비즈니스 교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웹툰 플랫폼이 나스닥에 상장하며 현재 글로벌에서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활발히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