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재 2분기 실적도 '바닥'
전기차 수요 회복세 불투명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 커져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을 지나는 국내 양극재 업계가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수익성 개선의 열쇠인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1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당 87.5위안을 기록했다. 4월 10일 연중 최고치인 110.5위안까지 올랐다가 3개월 만에 21% 가까이 하락하며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5월 중순까지 가파르게 치솟으며 톤(t)당 2만 달러를 넘겼던 니켈값도 최근 1만6750달러까지 떨어졌다.
리튬과 니켈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양극재 기업들은 광물 시세와 양극재 판매가격(판가)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통상 양극재 판매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 부정적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가 발생해 수익성이 나빠진다. 2분기 양극재 판가는 1분기보다 10%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2분기 각각 90억 원, 60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다.
포스코퓨처엠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한 208억 원이다. 주력 사업인 양극재의 판매가격 하락에 더해 판매량마저 직전 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 양극재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향 물량 증가로 6~7%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겠지만, 연초 제시했던 ‘연간 출하량 40% 성장’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방 수요의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투자(CAPEX)에 따른 재무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4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 LG화학은 배터리ㆍ석유화학 업황의 동반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낮아지면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회사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2조843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5조4199억 원으로 3개월 만에 3조 원가량 늘었다.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진단사업부와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하고, 3월 1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추가적인 차입과 함께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매각,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등의 방안을 점친다.
포스코퓨처엠도 공격적인 투자 단행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국내 광양ㆍ포항과 캐나다 양극재 공장 건설 등으로 2026년까지 3조 원을 웃도는 설비투자가 예정돼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그룹사 차원에서 투자 속도와 자금 마련 방안 등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그룹은 향후 2년 내 원가를 최소 30% 절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한편, 이달 초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약 1조20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등 재무 안정화를 위해 내ㆍ외부적으로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고, 하반기 신차 출시 효과가 본격화하면 점진적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지난 2~3년 같은 성장세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