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만의 '극한 폭우', 깨어보니 이웃집이 사라졌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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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사이 내린 폭우로 농막이 소실돼 있다. (사진제공=충북도 소방본부)

10일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전북과 충남·충북, 호남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하루 사이에만 6명이 숨졌습니다.

통상 한반도는 여름철이면 장마로 곤욕을 치릅니다. 그러나 이번 장마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한밤중 폭우 형태로 쏟아지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단시간에 물폭탄이 쏟아진 곳이 있는 반면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지역도 있습니다. 군산에서 폭우가 쏟아질 때 같은 전북 내 100㎞도 채 떨어지지 않은 부안 지역에서는 시간당 4㎜에 불과한 비가 내렸죠. 한반도 내에서도 강수 상황이 '극과 극'인 편차를 보이는 겁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순식간에 도로·주택 침수, 산사태 등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침수, 산사태 등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돌발성 폭우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겁니다.

▲10일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마을 입구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실어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 쏟아진 충청·전라 '쑥대밭'

전국 곳곳에 내린 물폭탄에 6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특히 충남 서천군에는 이날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지역 곳곳에 시간당 100㎜ 넘는 극한 호우가 집중됐는데요. 충남뿐 아니라 대전, 충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죠.

이날 오전 3시께 지하 1층까지 물에 잠긴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는 남성 시신 1구가, 오전 3시 57분께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토사에 매몰된 이 남성은 약 1시간 30분 뒤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죠.

또 이날 오전 10시 49분께 금산군 진산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흙더미에 깔린 60대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충북 옥천군 삼청리에서는 이날 오전 5시 4분께 한 둑길에서 70대 A 씨가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됐는데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을 벌이지 못하다 오전 7시 38분께 심정지 상태의 A 씨를 구조했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하천의 평소 수심은 성인 무릎 높이 정도였으나 이날 밤사이 내린 비로 물이 크게 불어난 상태였죠.

다만 당국은 운전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호우 인명피해 집계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에서는 밭에 나왔던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살에 농로로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날 오전 8시 8분께 대구 북구 조야동 한 농로에 있는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져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죠.

충북 영동에서는 농막에서 홀로 거주하던 70대 남성이 실종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5시 27분께 이 마을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는데요. 도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구조대는 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컨테이너에 홀로 살던 남성이 실종된 것을 확인한 건데요. 실종자가 살던 컨테이너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흙바닥에 처박힌 채였고, 실종자의 차량은 침수된 채 발견됐습니다. 한 주민은 연합뉴스에 "폭우 소리에 깨서 나와보니 이웃집(컨테이너)이 떠내려갔다"고 말했죠.

이에 앞선 8일 충북 옥천에서는 산 비탈면이 무너져 50대 1명이 숨졌습니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연일 불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민들이 고립되거나 시설이 파손되는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주택 27채가 물에 잠겨 주민 36명이 한때 고립됐는데요. 대전소방본부는 오전 10시께 주민 전원을 보트에 태워 구조했습니다. 대전 중구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유등교는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통제됐고, 충남 논산시 벌곡면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죠.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오전 4시 11분께 장선천이 넘쳐 주민 18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습니다.

▲10일 폭우로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한 아파트 뒤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와 나무가 쓸래내려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 관측 기록 다시 썼다…같은 권역에서도 강수량 차이 '뚜렷'

전북 군산에는 10일 새벽 1시간 동안 131.7㎜의 비가 내렸는데, 우리나라에서 1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기상 관측 사상 처음입니다.

기상청은 "북쪽에서 버티는 대륙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 정체전선이 더 얇게 압축되면서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비가 온 것"이라며 "2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수준의 강수 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가장 많은 비(시간당 강수량)를 의미하는 '200년 빈도'는 교량이나 댐 등을 건설할 때 설계 기준이 됩니다. 지난 밤사이 그 정도로 많은 비가 전국 곳곳에 내린 겁니다.

올해 장마는 유독 두드러지는 점이 많습니다. 낮에는 비교적 맑다가 밤에 폭우가 쏟아지는 '야행성 호우', 또 비가 내린 뒤 '폭염'이 이어지는 모습이 잦은데요.

기상청에 따르면 낮 시간대 내륙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대기 하층의 빠른 바람인 하층 제트기류는 기온이 비교적 떨어지는 밤에 내륙으로 진입합니다. 이때 비구름대가 몸집을 키우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쉽게 말해 수증기를 머금은 제트기류가 낮에는 폭염에 막혔다가, 온도가 내려가는 밤에 강한 비를 뿌린다는 거죠.

한반도는 통상 여름철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장마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 정체전선과 하층 제트기류가 장마를 몰고 오는 일반적인 요소라면, 올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저기압변수입니다. 수증기가 공급될 수 있는 유인원이 늘어나면서 더욱 강한 비가 쏟아지는 거죠.

많은 비가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린 곳이 있는 반면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군산에서 폭우가 쏟아질 때 같은 전북 내 100㎞도 채 떨어지지 않은 부안 지역에서는 시간당 4㎜에 불과한 비가 내렸고요. 이에 앞선 9일 경북 북부 지역에는 10㎜ 안팎의 적은 비가 내렸는데, 내륙 지역에서는 이와 반대로 100㎜ 이상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대구·경북 내에서도 지역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건데요. 여기엔 장마전선 상 좁은 영역 곳곳에 있는 강한 비구름대(적란운)가 동서 방향으로 2개의 선을 이루는 현상인 '선상강수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0일 'YTN 뉴스퀘어10AM'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서 열대 해상의 해수 온도가 많이 올라가고 그 결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강화된다"며 "장마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 쪽 상층에 생기는 제트기류가 만드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서 상층 제트기류가 강해지면서 하층의 수렴류가 강해지는 현상에 원인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한 도로가 소나기로 침수된 가운데 한 시민이 침수된 차량을 밀고 있다. (연합뉴스)

"돌발성 폭우, 앞으로 더 심해진다"…물 들어차면 즉시 대피해야

예상대로 폭우가 끝나고 주말까진 전국엔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겠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까지 우리나라는 서해 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전국이 대체로 맑겠는데요. 강한 햇볕이 지표를 달구며 체감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올라 무덥겠고,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높아지겠습니다.

전국에 소나기 소식도 있는데요. 낮에는 강한 햇볕 때문에 대기 하층은 뜨거워지고 대기 상층으로는 북쪽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면서 두 공기가 충돌하며 소나기 구름대가 만들어집니다. 12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5~40㎜죠.

문제는 이번에 내린 물폭탄이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단기간 내리는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가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데요. 김 교수도 "선상강수대에 따른 집중적 폭우가 최근 장마철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는 오랜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온이 많이 높아진 영향으로, 앞으로 돌발성 폭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침수 대피 방법도 익혀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실로 외부 수심이 무릎 위 높이인 50㎝만 돼도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실족하거나 물 뒤로 밀릴 위험까지 있는데요. 반지하 주택 등에선 침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물막이판을 미리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지하 공간 침수 사고의 특징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른다는 건데요. 실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불과 3분 사이 6만 톤에 달하는 물이 밀려왔습니다. 이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면 물을 빼내려고 하지 말고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이때 난간 등 지지에 도움이 되는 구조물을 잡고 이동하는 게 좋은데요. 차 안에 있다면 차를 버리고 물이 들어오는 반대쪽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안전벨트의 체결 장치 등으로 창문 모서리 부분을 내려쳐 깬 뒤 빠져나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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