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변경의 가장 큰 취지는 공모주의 빠른 적정가격 발견을 위해서다. 가격제한폭이 좁을 때는 소수 투자자가 상장 초반 공모가보다 260% 상승한 가격에 물량을 싹쓸이한 뒤, 차익실현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적정가격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가격제한폭 확대로 400%에 달하는 상승폭에 부담이 생기면 시장 ‘상한가 굳히기’ 관행이 사라지고 균형가격을 빠르게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다면 공모주 가격제한폭 확대의 실효성은 정말 효과를 톡톡히 냈을까. 가격제한폭 완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을 갓 지난 현재, 여전히 새내기주들의 과열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14일 본지가 가격제한폭 완화 시행 전 약 1년간(2022.6.20~2023.6.25) 상장한(스팩 및 이전상장 제외) 72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를 분석한 결과, 현재 35개 종목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즉 10개 중 절반에 가까운 공모주(48.61%)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장일 당일 전 종목이 평균 40%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가격제한폭 완화 시행 후 약 1년간(2023.6.26~2024.6.30) 상장한 종목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 기간 상장한 83개 종목은 상장일에 평균 79%가량 상승했지만, 현재 52개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여전히 62.65%의 공모주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제도 시행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기간을 올해 상반기로 좁혀도 양상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공모주 29종목 중 19개 종목이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가 당일 43.5% 상승했던 아이씨티케이는 현재 57% 가까이 하락해 공모가 대비 반토막 넘게 하락했다. 상장일 121.7% 상승한 스튜디오삼익도 현재는 40% 가까이 내림세다.
심지어 케이웨더는 상장일 137.1% 올랐지만, 현재는 수익률이 -37.7%이다. 노브랜드는 상장일 일명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가깝게 급등했지만, 현재는 58.9% 상승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모주 주가가 상장일을 고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무조건 첫날 팔아야 한다’는 말이 공식처럼 돌기도 한다. 가격변동폭이 확대된 만큼 공모주 적정가격이 빠르게 결정된 게 아니라, 상장 당일 주가가 더 급등하는 양상이 심화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진입하며 이 같은 양상이 완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으로 상장일 주가 급등과 빠른 주가 조정이 반복 중”이라면서도 “긍정적인 측면은 아직 눈에 띄지 않지만, 공모확정가 추세가 조금은 안정화되고 있고 신주들의 신규상장일 주가수익률 역시 어느 정도는 안정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