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의 9억 초과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단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는 총 2만3328건 거래됐는데 이 가운데 53.1%인 1만2396건이 9억 원 초과 거래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7.8%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줄곧 40%대를 유지했다.
거래 건수로만 보면 지난해 하반기 7964건보다 55.7% 증가했다. 9억 원 초과 거래는 1월 1155건에서 3월 2082건, 6월 2976건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3월부터 거래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단지로 수요자들이 쏠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2600건 안팎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3월 4255건, 4월 4410건, 5월 5007건으로 확대됐고 6월은 6000건이 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6000건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처음이다.
서울 주택 수요는 집값이 정점이던 2021년만큼이나 뜨거운 상태다. 국토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6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를 보면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3으로 전월보다 11.5포인트 높아졌다. 2021년 9월(14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거래 증가가 지수 급등 배경으로 꼽힌다.
자치구별 9억 원 초과 비중은 서초구(94.6%)와 용산구(94.4%), 강남구(92.9%)가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성동구(89.7%)와 송파구(87.8%)도 90%에 육박했다.
15억 원 초과 비중은 서초구(79.6%), 강남구(73.7%), 용산구(65.7%), 송파구(51.5%) 순이었다. 강남권역 고가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는 의미다.
서초구에서는 반포자이가 59건으로 15억 원 초과 거래가 가장 많았다. 이어 래미안퍼스티지(46건), 아크로리버파크(43건), 래미안리더스원(37건), 반포리체(33건) 순이었다. 모두 역세권 대단지, 우수한 학군을 갖춘 지역 내 대표적인 랜드마크 단지다.
강남구에서는 도곡렉슬이 53건으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 레미안블레스티지와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각각 44건, 38건으로 뒤를 이었다. 용산구는 한가람이 44건, 강촌이 17건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단지 위주로 거래가 많았다. 뛰어난 한강 접근성과 이촌동이란 입지적 강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상급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단지 쏠림이 계속되고 고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영 직방 빅데이터랩실 매니저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정책 시행이 9월로 연기돼 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갈아타기 수요가 증가하고 고가주택 프리미엄이 두드러지면서 9억 원 초과를 넘어선 15억 원 초과 주택 거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입지적 여건이 우수한 강남권역 또는 마포, 용산, 성동 등 선호지역과 선호 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