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절차 15일 설정에 항의…사직일자 두고도 갈등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 절차를 오늘(15일)까지 마무리해달라고 수련병원에 요청한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시한을 정해 압박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존경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 공백의 해소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시한을 정해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세우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진료 공백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2020년 의정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런 진료 공백을 예상했다고 했지만,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앞서 복지부는 15일까지 일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복귀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해 줄것을 요구했다. 또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하고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수련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원활한 신규 전문의 배출을 위해 추가 시험도 검토할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으며 그 정책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절망은 여전한데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진정 바란다면 애초에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의약분업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후 만들었던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내용의 정책이 마련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정책 추진의 지속적인 의지와 재정의 뒷받침이 없다면 이번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책 역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전문의 중심,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당장 2025년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상황에서 인력은 어떻게 채우고 이에 필요한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 예정인지 알려달라”고 비판했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정부가 현재의 불합리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당장 무너져가는 의료 현장을 봐달라. 무조건 속도를 내는 대신 이제라도 멈춰 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달라”로 했다. 또 강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우리나라 의료를 올바로 세우고자 하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의지를 지지한다. 이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과 배움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제라도 일방적으로 강행된 불합리한 정책을 거둬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사직 시점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전공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떠났던 2월을, 정부는 6월을 사직 시점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가 인정되는 시점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달 4일 이후라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은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발생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묻게 되고 퇴직금 등에서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비대위 측은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에게 이날까지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공지했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전체 수련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0.66%(1만506명 중 69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