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통합' 강조…트럼프 대세론 쐐기
바이든 '네거티브 공세' 제동…나약함 대조도
“민주당, 의회 통제력 유지 집중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유세장 피격 사건 이후 두 대통령 선거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선거 전략도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층 대결집 속에서 통합과 포용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외연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가뜩이나 수세에 몰렸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 피격 사건으로 부상한 지 하루 만인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 홈구장인 파이서브포럼에서 15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일정 연기도 고려했지만 “총격범이나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떠한 것을 강제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전당대회는 △15일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경제) △16일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이민·범죄) △17일 미국을 다시 강하게(외교·안보) △18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국정 전반) 등을 주제로 각각 진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18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한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은 물론 공화당 내부까지 강력하게 결집하면서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어느 때보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당대회 초청명단에도 없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찬조 연설자로 참여하게 된 것은 공화당 내부의 강력한 결속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이겨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건 후 첫 공식 석상에 서는 자리인 만큼 화려한 ‘대관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거 전략 또한 열성 지지층 이외에 온건 보수층까지 포용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에 쐐기를 박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가뜩이나 대선후보 TV 토론회 참패 이후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략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하며 공격해왔지만 전날 사건으로 더는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암살미수 사건의 범행 동기가 정치적 견해차에서 비롯됐을 수 있는 만큼 거칠고 격양된 정치적 수사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 후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사진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폭스뉴스는 “성조기 아래서 주먹을 휘두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힘찬 모습은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떠오르게 한다”고 짚었다.
공화당 내 여론조사 전문가인 휘트 에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피격 사건 전까지만 해도 희박했다면, 사건 이후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대선 승리보다는 의회에서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화당 전략가인 데이브 카니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과 일반 유권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민주주의 수호’라는 단일 주제를 내건 바이든 팀을 무릎 꿇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