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한국자산신탁의 수익성이 수년째 악화하고 있다. 3년간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계정대 증가로 부채와 차입금 부담은 커졌고, 영업활동 현금흐름 또한 3년째 손실 영역을 맴돌면서 현금 창출력이 크게 감소했다. 주력사업인 차입형 신탁에서도 소유주들과 마찰이 이어지는 등 재무 건전성과 사업 역량 전반의 관리가 요구된다.
2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의 2분기 예상 영업수익은 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예상액은 2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예상치를 낮춰 잡았다. 삼성증권은 올해 한국자산신탁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존 대비 29% 내리고, 목표 주가를 3600원으로 하향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최근 3년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2021년 연결기준 1480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469억 원, 지난해 116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역시 영업수익과 수수료 수익,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주요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 우선 기업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설정한 대손충당금이 2021년 454억 원에서 지난해 814억 원으로 79.3%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회계 비용으로 반영돼 금액이 커질수록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자산(NPL) 비율도 7.38%에서 30.82%로 크게 늘었다. 고정이하자산은 일종의 부실 자산이다. 일례로 NPL 비율이 30%라면, 총 100억 원을 빌려주고도 30억 원은 회수가 어려운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은행권의 NPL 비율이 0.5%대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자산신탁의 NPL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신탁계정대 증가로 부채와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한국자산신탁의 올해 3월 말 기준 신탁계정대는 5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2768억 원) 대비 99.4% 급증했다. 이는 업계 평균(4129억 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사업장에 빌려준 비용이다. 추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자산 건전성 평가를 거쳐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되고, 재무 부담을 키운다. 실제 한국자산신탁의 부채 총계는 신탁계정대 증가와 더불어 3년 내내 증가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신탁사는 대여금이 없어야 하는 구조인데, 대여금이 늘었다는 것은 문제가 생긴 사업장에 투입하는 돈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불황일 때는 환입 문제가 생기는 사업장이 늘면서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금 흐름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한국자산신탁의 영업활동순현금흐름은 2021년 -628억 원에서 지난해 -247억 원, 올 1분기 -119억 원을 기록해 3년 내리 손실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지출한 금액이 더 많은 상황이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주력 사업인 차입형 신탁사업도 삐걱대는 모양새다. 한국자산신탁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을 비롯해 3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목동 9·11단지 재건축, 서초삼풍 재건축을 비롯해 15곳에 달한다. 절대적인 수주 규모는 줄었지만, 서울과 수도권 대장급 단지들을 수주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문제는 한국자산신탁이 기수주한 사업장에서 소유주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랜드마크 단지들을 앞세워 신규 사업을 따내고, 기존 사업장 관리에는 소홀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산신탁과 사업을 진행 중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한국자산신탁이 업계 1위 답지 않게 주먹구구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전문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해당 일로 문제를 제기해 담당자를 한 차례 교체하는 등 소유주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