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000만 관중을 정조준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KBO). MZ세대마저 사로잡은 놀거리는 '야구'라고 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프로야구 흥행에 앞서 4월 새 시즌을 시작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대한 인기도 여전하죠. 은퇴한 프로야구 레전드 선수들이 모여 경기하는 콘셉트로, 2022년 첫선을 보인 '최강야구'는 한국야구의 아이콘 이승엽 감독을 필두로 20·30세대에 친숙한 2000년대 중반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 위주로 팀을 꾸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이를 뛰어넘은 전설들의 귀환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바로 일본프로야구(NPB) 창설 9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경기인데요. 이름 그대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선수들 간의 교류전입니다.
22일 일본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교류전이 아닌데요. 숙명의 라이벌인 한일전인 데다 코치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팀은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필두로 양상문 한화 수석코치, 90년대 홈런타자로 명성을 날린 장종훈 감독과 안경현 해설위원이 코치진으로 나섭니다.
한국팀은 이번 교류전을 계기로 선수층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됐는데요. 우선 구대성, 양준혁, 이종범, 조웅천, 박경완, 박종호가 포진했죠. 야구를 좋아한다면 익히 알고 있을 '대성불패' 구대성과 90년대를 양분한 양준혁과 이종범을 비롯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초창기 멤버인 포수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과 사이드암 투수 조웅천,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박종호가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나섭니다.
허리 라인에는 조인성, 장성호, 박한이, 이혜천, 서재응이 받치고 있습니다. 두산 베어스 코치 조인성과 해설위원 장성호, 서재응을 제외하고 박한이와 이혜천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요. 원조 좌타자 킬러 이혜천은 NPB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도 활약했죠. 삼성 라이온즈 원클럽맨 박한이 코치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서게 됐습니다.
한국 야구의 황금 세대로 불리는 '80년대생'들의 진입이 본격화됐는데요. 다만 이대호·정근우·이대은 등 '최강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멤버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투수로는 봉중근, 윤석민, 권혁, 이현승, 윤길현, 고창성이 나서고 타자로는 손시헌, 김태균, 박석민, 이대형이 나섭니다.
그중 봉중근은 2009년 WBC 일본과의 1라운드 2차전에서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면서 '의사 봉중근'으로 불리기도 했죠. 여기에 일본 지바 롯데에서 활약한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 김태균,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KIA 타이거즈 출신 윤석민을 비롯해 젊은 피 박석민과 이대형의 합류도 눈에 띄네요.
'어웨이' 한국이 시즌 중 원정 출전 등으로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일본은 말 그대로 엄청난 라인업으로 진용을 갖췄는데요. KBO리그보다 한 단계 위의 무대로 평가받는 NPB에서 레전드급 기록을 세운 선수들과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활약한 선수들로 명단을 꾸렸습니다.
일본 아키히토 천황의 재위 기간이었던 이른바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타자 3관왕(타율·타점·홈런)인 마츠나카 노부히코, 열도의 '마이크 트라웃' 이토이 요시오, 우타자로 단일시즌 최고타율(0.378)을 기록한 우치카와 세이이치 등 강타자들을 배치하며 일본판 '최강야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투수진은 더욱 무시무시한데요. 사와무라상을 받고 우에하라 코지, 이와쿠마 히사시, 이와타 미노루, 후지카와 큐지를 비롯해 대부분 투수진을 80년대생 영건(?)들로 꾸렸습니다.
그중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봤던 이들에게는 익숙할 텐데요. 당시 철벽의 마무리로 불리며 9회를 책임진 후지카와는 준결승전에서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2-1로 앞선 7회에 올라와 이대호에게 볼넷, 고영민과 이진영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했죠.
또한, 독특한 타법으로 '검객'이라고 불린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이승엽 감독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분위기 메이커' 마쓰다 노부히로는 이대호와 함께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의 화려한 라인업에도 한국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15일 최강야구에서 독립해 새 팀을 창단한 심수창의 '리터너즈'와 연습경기를 진행했는데요. 4-2로 승리를 거두며 본격적으로 달구기에 들어갔죠. 이들이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데에는 팬들에 대한 사랑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레전드 은퇴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결과인데요. 2022년 '최강야구'를 필두로 비슷한 시기 MBN의 '백 투 더 그라운드' 등 방송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치는 모습에 올드팬뿐 아니라 야구에 새로 입문한 이들도 감동을 받았죠. 이를 통해 코로나19 시국에 큰 타격을 받은 프로야구가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친선'이라는 이름으로 임하지만 OB 국가대표들의 마음만은 비장한데요.
특히 봉중근은 "은퇴한 선수들이 다시 모여서 공을 다시 잡고 배트를 잡고 펑고를 받고 공을 던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하는 게 야구를 사랑해서 하는 거고 그동안 그 선수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셨던 팬들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봉중근은 "'최강야구' 선수들도 대부분 제대로 된 몸이 아닐 거다. 제대로 된 몸이었으면 은퇴를 왜 했겠나 야구를 하지"라며 "그렇게라도 야구를 하면서 다시 팬들에게 본인을 보여줄 수 있는 자부심, 그 느낌을 본인도 느끼고 싶으니까 하는 거고, 팬들도 좋아하니까 선수도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죠.
이번 대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현재 양측의 참가 선수들이 대부분 현역 코치나 감독, 혹은 유소년·엘리트 야구를 지도하는 지도자인 만큼 앞으로 한일 야구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어질지도 기대되는데요.
최근 야구계에서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시 일본 프로팀과의 경기를 잡기 힘들다는 후문인데요. 과거엔 요미우리에서도 정평이 난 타격코치 김기태 전 KIA 감독을 비롯해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한 선동열 감독, 소프트뱅크 인스트럭터까지 역임한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많은 레전드들이 NPB와의 직접적인 인연을 이어간 데에 비해 최근 현역 지도자 중에서는 그런 사례가 드물었는데요.
올해 2월 김태균 유튜브에 출연한 이범호 KIA 감독도 "아무래도 실력 차이가 나다 보니까 전지훈련에서 일본 팀들이 요즘 시합을 안 하려고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이 감독은 그러면서 "현역 때 같이 활동했던 이마에 토시아키(40·라쿠텐 이글스), 마쓰이 가즈오(46·전 세이부 라이온즈)가 감독을 하는 등 지도자 연령층이 젊어졌다. 그만큼 대호나 태균이 같이 일본 현역 감독들과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지니는데요. 22일 티빙에서 생중계되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에서 과연 '신구조화'로 무장한 한국이 일본의 막강한 라인업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