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계획에 대해 순자산가치(NAV)를 개선하고, 사업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자회사의 사업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17일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에 따른 사업 경쟁력 강화 기대감에 5.65% 상승한 11만9700원에 마감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 SK E&S는 국내외 LNG 사업 기반에 업황 변동성이 적고 배당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계열사”라며 “양사간 합병이 성사된다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될 SK이노베이션의 NAV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수소, 해외자원개발 및 유통 등에서 양사간 사업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로는 SK온을 꼽았다. SK온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EV) 둔화에 따른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들의 판매량 부진 여파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지연되고 있다. SK온의 2분기 영업손익이 -3600억 원으로 오히려 적자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동진 연구원은 “이번 합병이 궁극적으로는 SK온 상장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획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양사의 합병은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 개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 주력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향후 SK온에 지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SK온과 SK E&S 발전자회사 및 액화천연가스(LNG) 판매사업 합병으로 SK온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추가 지원 부담을 덜고, 궁극적으로 SK온이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이어지면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구주 매출을 통한 현금 확보 가능성도 기대된다.
다만, SK온의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없이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우호 연구원은 “하반기 SK이노베이션의 사업경쟁력, 기업가치 제고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며 “자회사 SK온의 사업 불확실성 해소가 없다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역시 현재 수준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의 리밸런싱(구조조정)은 그룹과 계열사의 신용등급 상향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사업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사업 효율화 등이 가시화될 경우 그룹 전반의 신용도 부정적 영향 일부가 완화될 전망”이라면서도 “향후 주요 신규 사업의 가시적인 투자성과와 더불어 그룹 차원의 사업ㆍ재무적 지원이 충분한 수준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가 신용도 결정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외에도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합병하고,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인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