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사내독립기업으로…사업 시너지 초점"
E&S 분할상장 "계획 없다"…KKR과는 "우호적 협의"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SK E&S와의 합병과 관련해 "SK E&S의 거버넌스(지배) 구조를 가능하면 유지하고, 양사의 사업 시너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병 기일인 11월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양사가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박 사장을 비롯해 추형욱 SK E&S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전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다음 달 27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1월 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양사 합병으로 자산 106조 원, 매출 88조 원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석유·화학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수소, 전기차 배터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고객들이 종합 에너지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많았고, 양사 역량이 흩어져 있는 것보다 합쳐서 시너지를 만드는 게 에너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 사업 특성상 유가 변동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컸는데, LNG와 전력 등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SK E&S와의 합병으로 손익 변동성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합병 전 3조9000억 원에서 합병 후 5조8000억 원, 2030년 20조 원 규모로 성장시켜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주주 환원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산하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 합병 이후에도 기존 사업 체계와 의사 결정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법적으로는 흡수합병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반자로서 앞으로 종합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SK E&S 분할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SK E&S가 가진 역량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재와 같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합병 비율에 대해 박 사장은 "양사가 가진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10조8000억 원, SK E&S는 6조2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상장사는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사용하고 예외적으로 자산가치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자산가치를 적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외부기관 자문에 따라 기준시가를 적용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SK E&S는 합병 전까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SK E&S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KKR을 상대로 RCPS를 발행해 총 3조1350억 원을 조달했다. 회사 측은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쪽으로 KKR과 우호적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며,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기차 캐즘으로 위기에 처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매각 여부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전날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SK E&S 합병과 함께 자회사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사 합병안도 의결했다.
박 사장은 "3사 합병을 통해 SK온은 트레이딩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추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기반으로 배터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재무적투자자(FI)들도 3사 합병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SK온의 중요한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내년이면 자금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며 "SK온은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순조롭게 자금이 조달되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IET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