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 생기면 대선 출마 재고” 발언 뒤 양성 판정
상·하원 원내대표 우려 전달
공식 후보 지명 절차 연기
여론도 악화일로...민주당 지지층 65%가 “사퇴해야”
17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7월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날 오후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격전지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유니도스 유에스’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 그는 델라웨어주로 돌아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실상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3일 유세장 피격 사건 이후 중단했던 대통령 선거 유세 활동을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접게 된 것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행사를 마치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백신 추가접종을 한 상태로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재감염으로 간신히 잠잠해졌던 그의 고령과 건강 이슈가 또다시 불거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은 양성 판정을 받기 전 공개된 흑인 연예 전문 케이블방송 BE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재대결을 재고하게 할 만한 것이 있는지’라는 물음에 “만약 내게 어떠한 건강 문제가 생겨서, 의사들이 내게 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회 지도부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각각 바이든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 두 대표 모두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의 대선 도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의 재선 도전으로 인해 상·하원 선거에 나서는 의원 후보자들의 운명도 불확실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슈머 원내대표는 바이든에게 자진 사퇴가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공헌하는 길이라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머 원내대표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함께 의회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다만 해당 보도 이후 슈머 원내대표는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대화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위한 절차적 투표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공식 후보 지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8월 초 별도의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내달 19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전당대회 전에 대선 후보로 확정 짓겠다는 것이다.
내달 7일이 마감인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 이전에 후보를 확정 짓는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당내의 들끓는 사퇴 압박을 의식해 일정을 다소 연기하면서 사퇴론을 진화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지위를 확정 지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면 산발적인 사퇴 요구 목소리가 줄어들 순 있지만, 당의 혼란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유권자들의 여론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11~15일 미국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65%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