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다. 현역 의원들이 공개적인 비판에 나선 가운데, 7·23 전당대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건 없이 사과의 말을 올린 것이고 토를 달지 않겠다”며 “저도 말하고 아차했다. 괜히 말했다고 생각했다. 신중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에 “어제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후보 발언 후폭풍이 전당대회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여권 관계자는 “당 의원들이 화를 내는 건 본인들이 걸려있는 사안이라 당연하고, 2019년을 기억하는 당원들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며 “하지만 당원들도 충분히 분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17일) 발표된 에이스리서치(뉴시스 의뢰, 14~15일 조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에서 한 후보가 43.9%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원희룡(11.3%), 나경원(10.7%), 윤상현(8.9%)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2%였다.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여권에서는 한 후보를 향해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나 후보는 이날 보수 진영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정기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사건을 “전형적인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이었다고 규정하고, 자신이 당시 ‘빠루’라 불리는 쇠 지렛대를 잠시 집어 보였던 순간을 회상하며 “지금은 빠루의 정신이 필요한 때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원희룡 후보도 세미나에서 한 후보를 두고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며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드러낸 발언이라고 한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