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통해 AI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AI 전략 정리해 정부 건의 검토…배터리 성장은 지속될 것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상당히 가능성 있고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사 합병을 결정한 배경으로 AI를 지목하며 이처럼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자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88조 원, 자산 100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이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배경으로는 AI 시장 확대가 꼽힌다.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수요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운영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AI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서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병 추진 이유를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한쪽(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을 지니고 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한쪽(SK E&S)은 수소나 발전의 전기 관련 사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솔루션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최 회장은 양사 합병 추진 배경인 AI와 관련해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AI 인프라스트럭처에서 뒤처지면 빅테크나 AI에 관계된 곳은 우리나라를 택하지 않고 우리는 공동화돼 다른 곳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AI 데이터센터부터 AI에 관계된 인프라스트럭처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엔지니어 형태가 아니더라도 AI 시대에 AI를 이해하고 (AI 관련) 사업을 하려는 ‘AI 워리어(Warrior, 전사)’들이 제대로 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깔아줘야 한다”며 “그 전사들이 이 시대에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끄는 좋은 씨앗이자 묘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아가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해외 기업은 물론 시민·학생들도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른 나라와 협력해 데이터 규모를 키우고, 이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대한상의 차원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AI 전략’을 정리해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최 회장은 전했다.
최 회장은 “‘이런 일을 잘해 나가는 게 대한민국의 AI 전략’이라고 대한상의가 정리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며 “정리가 잘 되면 연내에는 보고서를 보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맡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온과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도 합치기로 했다. SK온은 2021년 10월 분사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배터리에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생겨서 원래 계획만큼 (사업이) 안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생겼다”면서도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저희가 관둘 수 있지도 않고 미래로 보면 배터리의 성장성은 계속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