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단지 7곳 조성으로 신규 전력 수요 15GW 발생
"무탄소에너지원에 원자력 포함하고 SMR 활용도 높여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전력 수급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첨단산업의 전력 의존도는 다른 산업 대비 최대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수급 애로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전력망특별법 입법, 무탄소에너지 조달 수단 에너지원 범위 확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판매가격 변동성 완화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급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용인·평택, 구미, 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 천안·아산 등 7개 지역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특화단지 조성으로 15기가와트(GW) 이상의 신규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최대 전력(평균 72.5GW)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전력 수급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으로 송·변전망 구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송·변전망 구축 사업의 적기 준공률은 17%에 불과하고, 기존 계획 대비 평균 41개월 늦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남 카카오 데이터센터 등 송·변전망 확보가 지연되면서 투자가 위축된 사례도 발견됐다.
무탄소에너지 조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특화단지 전력공급계획'에 따르면 특화단지 내 무탄소에너지가 공급되는 시점은 2037년 이후지만,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원청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따라 무탄소에너지 사용 비중을 매년 늘려가고 있다.
기업의 주요 조달 수단인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REC)' 평균 가격은 지난해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83.1원이다. 기존 산업용 평균 전기 판매 단가(107.0원/kWh)에 REC 비용을 더하면 에너지 조달 비용이 기존 대비 77.7% 상승하는 셈이다.
한경협은 첨단산업 특화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과제로 △무탄소에너지에 원자력 포함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의 조속한 입법 △전력판매가 변동성 완화 등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가 주도하는 '무탄소에너지(Carbon-Free Energy·CFE) 이니셔티브'에 발맞춰 조달 가능한 무탄소에너지 범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발전 비용이 저렴해 에너지 조달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어 전력망 건설 과정과 인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해 전력망 건설 지연을 방지하는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안' 입법을 통해 신규 대형 원전과 SMR 상용화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거리 송전선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SMR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전력판매가격의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계약 기간 전력판매가격을 고정하는 발전차액계약제도(Contracts for Difference·CfD)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발표한 전력시장 개편안에서 원자력 투자 촉진안으로 CfD를 포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