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식집사를 체험해보는 걸 넘어 다른 이들의 '식물과 함께 사는 방법'을 구경할 차례다. 가짜와 진짜, 무엇이든 상관없다. 다양한 형태의 식집사를 살펴봤다.
인스타그램에 ‘#식집사’를 검색하면 52만6000개의 게시물이, ‘#플랜테리어’를 검색하면 150만 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는 평소 모든 아이템을 녹색으로 구매할 정도로 초록을 좋아하지만, 초록을 가장 많이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인 식물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플랜테리어는 본래 진짜 식물을 활용하는 인테리어를 뜻한다.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한때 크게 유행했고 현재까지 어디서든 자주 볼 수 있다. 관련해서 원예인테리어전문가 자격증도 있다고 하는데, Z세대로서 ‘식물 인테리어’라고 하니 다른 것들이 먼저 생각났다.
젊은이들의 나들이 필수코스이자 성지인 소품샵과 편집샵. 그리고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화분 겉을 감싸는 뜨개 화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 하나를 키워도 개성을 뽐낼 수 있고, 단순 화분이 아니라 정말 '인테리어'용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뜨개질을 할 줄 모르는 기자는 아끼는 스티커들을 붙여 직접 화.꾸.를 해봤다. 허전했던 바롬이(바질 화분)의 집이 화려해졌다.
그런데, 풀만 관상용이 아니지 않나. 식물을 키울 자신이 없다면 가짜도 괜찮지 않을까?
단순 케이스뿐만 아니라 꽃과 식물 모양까지 함께 만들어진 것도 많다. 블록 브랜드 ‘레고’에서는 보다 다양한 꽃 종류의 조립식 블록을 만나볼 수 있다. 기자도 종종 구매한 후 조립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는 한다.
싱싱한 초록(?)과 낯가림이 심하다면,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함께 해보기를 추천한다. 자꾸 보다 보면 살아있는 식물을 집에 들일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
‘진짜’ 식집사에게 식집사로서의 매력과 식집사가 되기 위한 꿀팁을 물어보기로 했다.
직접 기르고 있는 식물만 62가지 이상에, 가진 모든 화분에 물을 주는 데에만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는 블로거 김수정 씨(34). 식물의 매력에 관해 묻자 그는 “빛을 쐐주고, 창문을 열어주고, 제때 물주기만 해주면 조용히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쉬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기자가 직접 해보니 그것만큼 어려운 게 없었다. 식물마다 특징도 다를뿐더러, 날씨나 공간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었다. 식집사가 되려면 본인의 성향과 환경에 맞춰 식물을 데려와야 한다. 수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맨눈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하라는 팁도 공유받았다.
"원래도 식물을 무척 좋아했는데, 화훼 단지를 구경다니기 시작하며 계절마다 다른 식물을 구경하고, 하나둘씩 들이다보니 이렇게 많이 키우게 됐다"는 그는 초보 식집사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로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를 꼽았다.
“물 주는 게 귀찮고 어렵다면 다육식물 산세베리아 종의 스투키, 통통한 다육식물, 선인장류를, 물을 너무 자주 줘 식물 여럿을 초록별(?)로 보냈다면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침엽류를 추천해요.” 짧은 질문에도 성의 넘치는 답변을 해준 수정 씨에게서는 식물에 대한 내공과 깊은 애정이 드러났다.
집 앞의 커다란 나무를 동네의 가장 좋은 점으로 꼽고, 거실에서 방에서 10개의 화분과 함께하는 황영서(23) 씨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물을 주고 관리하며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때 보람차요. 이 친구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느껴질 때면 더 큰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며 식집사 삶의 행복함을 전했다.
그는 최애이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식물로 ‘골드크레스트 윌마(율마)’를 꼽았다. 사실 햇빛과 물을 좋아하는 풀이라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까다로운 편이라면서도 “만지면 향긋한 향이 나서 자주 쓰다듬는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의 안정을 준다며 식물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위로하듯 던져준 마삭줄 화분이 식집사 생활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연약해서 잎이 다 떨어질 정도였는데, 다른 화분에 옮겨진 지금은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됐어요. 마삭줄과는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들에게 식물은 단순 힐링용이 아닌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 하는 존재였다. 모두 시작은 소소했으나 삶에 힘을 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식집사 체험을 해봤다. 물론 그 매력은 짧은 시간에도 느끼기 충분했다.
조용하다.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경 쓰인다.
아침에 오면 화분에 싹이 났나 제일 먼저 확인하게 된다. 일하다가 문득문득 들여다보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다.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종종 신경을 기울이게 되는 잔잔한 매력이 엄청나다. 한 번 싹이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하루가 다르게 작은 키의 초록 생명이 성장해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출근하지 않은 날에는 선배에게 화분을 챙겨달라고 부탁해 MZ력이 넘친다는(?) 친구들의 비판도 받았다.
식물과 함께 일상에도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지나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조금씩만 신경 써준다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손바닥보다 작은 것부터 사람 키만 한 것까지 크기도 종류도 색도 다양하다.
손대는 식물마다 죽음을 맞이하는 식물 킬러라면, 키워보고 싶지만 고민된다면, 귀찮다면, 기르기에 보다 수월한 것부터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나 역시 식물 친구들이 계속 버텨준다면, 끝까지 키워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