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까지 확전 촉발 가능성↓”
영유권에 대한 양국 입장은 불변
필리핀이 21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물자를 보급하는 문제에 대해 중국과 잠정 합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양국이 남중국해 긴장 상황을 일단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자원의 보고이자 글로벌 주요 해상 수송로인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필리핀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대만ㆍ브루나이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필리핀과의 충돌이 가장 빈번하다.
이에 필리핀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2차 세계대전 때 쓰인 상륙함인 시에라마드레함을 1999년 일부러 좌초시켜 자국 병사 약 10명을 주둔케 하고 식량ㆍ자재 등 물자를 공급해왔다. 이에 중국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이를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이 암초에서 다수의 중국 해경 병력이 모터보트로 필리핀 해군 보트를 고속으로 들이받아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병사 여럿이 다치는 등 유혈사태까지 초래됐다.
이후 양국은 극한 대립을 피하기 위해 2일부터 본격 대화를 진행, 이날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이로써 암초를 둘러싸고 1년 이상 계속된 양국의 폭력 사태가 일단락됐고, 미국과 중국 간의 다툼으로 확전될 위험이 잦아들었다.
실제 필리핀이 이날 거절하긴 했지만 미국은 19일 이 암초에 주둔한 필리핀 병력에 물자를 공급하는 임무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필리핀의 동맹국인 미국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도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또 이달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2016년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 해군과 15~17일 남중국해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단행했다.
그러나 양국의 영유권 입장은 기존과 다름이 없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이번 합의가 양국의 영유권 분쟁을 완화하는 데 성공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