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준법 경영 아직도 아쉬운 부분 있어"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에 관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이날 회비 납부 여부를 두고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결렬되면서 논의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님들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 문제에 관해) 결론 내리지 못했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변화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다. 그런데 과연 지금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한경협 스스로가 한번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준감위도) 시스템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앞서 4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에 35억 원의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기한은 연말까지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거 전경련 당시 삼성은 매년 100억 원 안팎의 회비를 내왔다.
준감위는 이날 회의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을 정식으로 다뤘지만, 여전히 한경협의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사 문제에 관해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될 산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 안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관심있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서는 등 사측과 갈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양측은 23일 경기 기흥 나노파크에서 만나 임금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곳에서 임금 인상률,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계속 협의 중인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려고 한다”며 “정확한 시점 애 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례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7개 관계사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참석했다. 삼성 관계사들과 상견례를 가진 건 올해 2월 준감위 3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간담회에서는 중점 추진과제인 인권, 공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 논의하고, 준법경영 활동 현황 및 그동안 이룬 성과에 관해 공유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에 관한 안건은 다루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준법 이슈가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가 당면해있는 현 상황에 대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 준수 현황과 관련해서는 “어떤 부분은 정말 준법 경영이 정착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있어 의견을 말했다”고 했다.
향후 준감위와 관계사 대표이사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준법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