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 차량 3500대 육박…연초 보험료 인하도 영향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며 손해보험업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손보사들이 연초 상생금융 실천을 위해 2%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급증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폭우와 태풍으로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돌아서면 소비자들이 내야하는 자동차 보험료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겼다. 7∼8월 집중호우 등 피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손해율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 7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0.1%로, 작년 같은 기간(77.7%) 대비 2.4%포인트(p) 올랐다.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경우 평균 79.5%로, 작년 같은 기간(77.2%) 대비 2.3%p 올랐다.
회사별로 보면 이 기간 롯데손보(82.1%), 한화손보(81.8%), 현대해상(80.7%)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웃돌았다.
이밖에 나머지 △삼성화재(79.2%) △KB손보(79.4%) △DB손보(78.7%) △메리츠화재(78.8%)의 손해율도 80%에 육박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6월 고속도로 통행량이 전년 대비 늘어나면서 사고 건수가 증가한 데다,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타이어 펑크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한 탓”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초 상생금융 일환으로 보험료를 인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2월 중순 책임개시 계약부터 2.5~3.0% 인하를 결정했다. 보험사 별 인하율은 △삼성화재 2.6% △현대해상 2.5% △DB손보 2.5% △KB손보 2.6% △메리츠화재 3.0% △한화손보 2.5% △롯데손보 2.4%로 나타났다.
애초 손보업계는 전년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기반해 보험료를 1.4~1.6% 내릴 여력이 있다고 봤지만 상생금융 동참을 위해 인하 폭을 최대 2배가량 확대한 것이다.
이에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보험료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우천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되기 이전인 6월부터 적자 위기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달 초부터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6일부터 22일 오후 3시까지 보험사에 접수된 침수피해 차량은 3496대로 나타났다. 추정 손해액은 약 317억9400만 원이다.
장마 초기 남부지방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충청남도와 전라남도에서 주로 접수가 이뤄졌고 이후 수도권까지 피해 범위가 확산하고 있다.
태풍 ‘개미’와 ‘프라피룬’이 국내에 일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돌아서면,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해 내년 보험소비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에도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갔던 7~8월에 손해율이 급격히 뛰는 경향성을 보였다”며 “이대로라면 자동차보험 적자로 인해 보험료를 인하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