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마주했다. 카카오가 진행해오던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동력 확보와 쇄신 작업, 중앙집권체제로의 전환 등 ‘새 판 짜기’는 ‘시계제로’ 상태에 머물게 됐다.
23일 법조계와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 원 가량을 동원해 553회에 걸쳐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고가에 장내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 측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작년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수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카카오 그룹은 김범수 창업자의 신병에 대해 주시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 창업자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18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CA협의체 위원장들과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어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라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개인 차원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각 계열사 CEO들은 현재 진행 중인 미래 성장 전략과 경영 쇄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김 창업자는 “어려운 상황이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며 “사회 각 주체와의 동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나부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카카오의 향후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 관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 잇달은 사법리스크에 카카오는 고강도 쇄신을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고, 경영쇄신위원장도 담당하고 있는 김 창업자가 구속되면 쇄신 작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창업자의 구속은 회사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추락시켜 해외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창업자의 구속으로 카카오가 웅크린 사이 AI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카오가 연내 출시하기로 했던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출시 계획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에도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사법 리스크가 잇달아 터지자 발표 시점을 늦추다가 결국 대외 공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를 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