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도이치 주가조작’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회복 거부
“검찰총장 못 믿겠다는 대통령실 의중 반영된 것”
이원석 총장,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불출석
주말 새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소환 조사한 뒤로 ‘검찰총장 패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소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심위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소집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낸 것에 대해 “어제 충분히 말씀드려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상황을)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출근길 이 총장은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진상 파악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파견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는 전날 사표를 냈다. 김 부부장검사는 ‘사건을 열심히 수사했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해 회의를 느낀다’는 입장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패싱’ 논란은 20일 진행한 김 여사 대면 조사를 이 총장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으면서 다시 불거졌다. 앞서 5월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백 의혹 전담팀’ 구성을 지시한 후 대통령실이 중앙지검 수사 지휘 라인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한차례 일어났다. 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이 없어 보고할 수 없었고, 명품백 의혹 사건은 조사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미리 복원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총장의 해당 사건 수사지휘권은 2020년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박탈됐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여사가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다만 법무부가 이달 초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검찰총장의 지휘권 복원 지휘도 수사지휘권의 발동에 해당하고 장관의 지휘권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이 총장의 요청 거부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실에서 이 총장을 못 믿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장이 검찰 수심위를 소집해 외부위원에게 판단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수사팀 협조가 없을 경우 수심위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검에서 수심위를 소집하더라도 수사팀이 협조를 안 하면 진행이 안 될 것”이라며 “2020년 ‘채널A 사건’ 때도 중앙지검에서 협조를 안 해서 수심위 진행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6일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검찰총장이 청문회에서 패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행 중인 수사에 관하여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 사법을 정쟁으로 끌어들여 법치주의의 기반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