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냈다. 이번 합병 결정이 즉각적인 신용등급 변동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향후 사업다각화와 재무 안정성을 중심으로 개선돼 대규모 투자부담이 덜어진다는 것이다.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는 SK그룹 계열사간의 합병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날 내다봤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장기 신용등급을 'BB+, 긍정적 관찰 대상'으로, SK E&S를 'BBB-,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각각 지정했으며,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a3 '부정적'(Negative)으로 평가했다. 신용전망 '관찰 대상'은 90일 이내 신용 등급을 재평가하겠다는 의미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신용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합병으로 규모, 사업다각화 및 운영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2023년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은 14%,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8%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는 SK E&S가 발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을 바탕으로 향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결과"라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회사의 신용등급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향후 합병된 법인의 재무 전망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개선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며 "이번 합병으로 모회사인 SK의 지원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의 사업 규모 및 포트폴리오가 확대되고, 현금흐름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SK E&S의 안정적인 잉여 현금흐름이 더해져 투자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국내 신용평가업계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합병에 따른 즉각적인 재무 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지만,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IPO 시점이 앞당겨지면 자본 확충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 다각화된 사업 기반을 통해 사업 안정성과 재무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향후 양사의 합병의 진행 과정과 합병 후 배당정책, 이차전지 업황 회복 전망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선결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오는 8월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합병을 원하지 않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도 난관이 될 수 있다. 또한,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및 기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 결과도 합병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며 "확대된 외형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일류 에너지 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