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새로 짓는 일정 규모 이상 비거주 건물에 재생열 도입을 의무화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하는 ‘기후동행건물’에 이은 두 번째 건물 탈탄소 프로젝트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늘려 화석연료 제로의 길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서울시는 ‘서울형 건물에너지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연면적 3만㎡ 이상 비거주 신축 건물을 대상으로 재생열 설치 의무 기준을 도입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녹색건축물설계기준을 개정해 지하개발 면적의 최소 50%에 지열 공급이 가능한 천공 작업을 하도록 했다. 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량의 50% 이상을 수열·폐열로 긍급하는 방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의 재생열 도입 의무화는 건물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재생열에너지 보급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계 추세와 궤를 같이 한다. 건물 에너지 소비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냉·난방의 경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직접 배출을 줄이지 않고는 건물 탄소 제로 달성은 어려운 과제다. 이런 이유로 유럽은 2022년 ‘리파워EU(RePowerEU)’를 제정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5% 달성 목표를 제시했고, 독일은 지난해 2030년까지 히트펌프 600만 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2035년까지 100% 청정전력 생산을 목표로 전기히트펌프 설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원방안도 마련됐다. 시는 재생열에너지 설치 의무화에 따른 사업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용적률 완화와 공사비를 일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파리 출장길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현지시간) ‘기후동행시장회의’와 ‘C40운영위원회’에서 서울의 대표적 건물 탈탄소 정책인 ‘기후동행건물 프로젝트’와 ‘재생열 설치 의무기준 도입’을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형 건물에너지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서울 맞춤형 에너지 모델 개발이다. 우선 오프사이트(Off-Site) 허용 검토에 착수했다. 서울 도심지 특성상 개별건물 단위에서 신재생에너지 설치 및 공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지 외(Off-Site)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을 활성화해 기축 건물의 에너지효율 향상도 꾀한다. 현재 국내법은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국가 지원이나 보급에 한계가 있다. 세계 수준에 발맞춰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에너지를 활용하는 모델도 개발해 나간다. 개별건물을 넘어 인근 지역간 에너지 생산·소비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시민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 세계적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재생열에너지 도입을 시작으로 구역 단위로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는 서울형 에너지 모델 개발을 위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