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2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실적발표 기간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4.22포인트(1.25%) 내린 3만9853.87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128.61포인트(2.31%) 하락한 4227.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54.94포인트(3.64%) 내린 1만3342.41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P500과 나스닥은 올해 들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S&P500지수는 2022년 12월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약 2주 만에 종가 기준 4만 선을 내줬다.
이날 대형 기술주 7개를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 중심으로 낙폭이 두드러졌다. M7 중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테슬라와 알파벳의 실적 부진에 투자자들의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매출은 같은 기간 7% 줄어들었고 순이익은 45%나 급감했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로보택시 출시 일정을 연기하면서 이날 테슬라 주가는 12.33% 폭락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날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 주가도 5.04% 급락했다. 알파벳은 매출과 순익이 월가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유튜브 광고 매출이 전망치인 89억3000만 달러(약 12조3501억 원)에 못 미치는 86억 6000만 달러에 그치는 등 핵심 사업의 성장세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이와 더불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가 단시간 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국제유가는 3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휴가철을 맞아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63달러(0.8%) 오른 배럴당 77.59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0.7달러(0.9%) 상승한 배럴당 81.71달러로 집계됐다.
CNBC는 휘발유 수요가 증가로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했으며, 캐나다 산불로 인해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19일까지 원유 재고는 370만 배럴 감소했고, 휘발유 재고는 560만 배럴 줄었다. 반면, 시장에 공급된 휘발유는 하루 67만3000배럴 증가했다. 휴가철을 맞아 차량 이동이 늘어나면서 휘발유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CNBC가 설명했다.
유럽증시가 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에 하락 마감했다.
범유럽증시 스톡스600 지수는 전장보다 3.17포인트(0.61%) 밀린 512.30에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0.24포인트(0.92%) 내린 1만8387.46에, 영국 런던증시 영국 FTSE 100지수는 전장 대비 13.68포인트(0.17%) 떨어진 8153.69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4.90포인트(1.12%) 하락한 7513.73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도이체방크, 유니크레딧, BNP파리바, 방코산탄테르 등이 실적을 발표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1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중단하면서 약 8% 하락했다. 럭셔리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도 2분기 매출 감소 보고에 4.66%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견조했다. 유로존의 7월 구매관리자지수 속보치에서는 기업 활동이 주춤했지만, 영국의 경우 제조업 성장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냈다. 독일 소비자 신뢰지수도 상승했다.
국제 금값이 이틀째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40달러(0.34%) 오른 온스당 2415.70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25일에 나오는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26일에 발표되는 미국 6월분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추가적인 단서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연준이 30~31일 개최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칼럼 기고문에서 “연준이 되도록 다음 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인도가 금과 은에 대한 수입 관세를 15%에서 6%로 내린 것을 비롯해 미국 달러 약세, 미 증시 하락 등도 금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25일 오전 8시 3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0.77% 하락한 6만5314.8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4.24% 급락한 3326.4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낸스코인은 1.58% 하락한 572.25달러에, 리플은 2.77% 내린 0.61306350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속에 하락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4% 하락한 104.12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08% 상승한 1.086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0.19% 오른 1.2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엔 환율은 1.56% 하락한 153.16엔을 기록해 5월 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NBC방송은 단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내렸다고 진단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로 조달한 통화로 다른 국가 채권 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엔화의 경우 엔저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금리 정상화를 예상하고 미리 회수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은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금리 동결을 전망하지만, 최근 일본 내에서 금리 인상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상 가능성도 있다.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은행은 안정적인 금리 인상을 포함해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더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