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부자 감세" 비판 견지…재정부담 가중 우려도
정부가 올해도 감세 기조 하에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향후 5년간 18조 원 이상(누적법 기준)의 세부담을 줄여 투자·고용 촉진 등의 경제 역동성을 확보하고,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소상공인 등의 민생 안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상속세 완화를 필두로 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 비판 기조를 견지하고 있고,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은 우리 경제의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서 정한 민간·시장 중심의 역동성 제고와 민생안정을 위한 감세 기조를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국가전략기술 등의 투자세액공제 적용기한 3년 연장 및 통합투자세공제 증가분 공제율 상향(조특법 개정 사안) △밸류업·스케일업 우수 기업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상증법 개정 사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소득법·조특법 개정 사안) △결혼 세액공제 신설(조특법 개정 사안) △기업 출산지원금 및 자녀세액공제 확대(소득법 개정 사안) △노란우산공제 납입금 소득공제액 상향(조특법 개정 사안) △상속세 최고 세율 하향(상증법 개정 사안)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 제도 폐지(상증법 개정 사안) △가산자산 과세 2년 유예(소득법 등 개정 사안) 등을 추진해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을 지원한다.
이러한 감세안 대부분은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소득법 등 세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령(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감세안은 중소기업 유예기간 확대(조특령),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대상 확대(조특령) 등 일부에 그친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세정을 펼치려면 국회 동의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관건은 민주당의 동의 여부다. 세법개정안도 일반 법안처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170석을 가진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큰 틀에서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는 비판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상속세 최고 세율 하향 및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와 관련해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수백억 자산가의 상속세 감세는 시급한 현안이 아니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대기업 할증과세 폐지는 중산층과 무관한 또 다른 재벌·초부자 감세"라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수조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상속세 감세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24년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를 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총 4조3515억 원의 세수감이 발생되고 이중 상속ㆍ증여세 감소분이 4조565억 원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4조565억 원은 2025년(-2조4199억 원)과 2026년(-1조6366억 원)의 감소분을 더한 값이다.
이는 연도별 국세수입 예산에 반영해 계산한 순액법 기준인데 세법개정의 세수 효과만을 누적해 계산한 누적법 기준 시 2025~2029년 상속ㆍ증여세 감소분은 18조6459억 원에 달한다. 전체 세수감(-18조3942억 원)를 크게 웃돈다.
만약 민주당에 가로막혀 상속세 감세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사실상 누더기 신세가 된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 상속세 일괄공제 상향이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가능성,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의 감세 필요성을 시사해온 만큼 일정 부분 합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가 재정엔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세수가 줄수록 경제 활력 등을 위한 정부의 재정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수 여건은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올해 1~5월 국세수입(151조 원)은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대폭 감소 등으로 전년보다 9조1000억 원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결손 규모가 10조 원대로 추정되며 하반기 세수 여건에 따라선 20조 원대로 불어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2년째 세수 결손이 확실 시 돼 대규모 불용(집행 못한 예산)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세법개정에 따른 재정부담 가중 우려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되고, 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