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은 의약품 시장 성장하며 임상 비율 증가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이 변하고 있다. 세계 임상의 절반이 진행됐던 유럽이 전쟁, 기술, 규제 등 환경의 원인으로 지고, 무섭게 성장하는 미국과 중국의 임상시험 점유율이 증가했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컨설팅 기업 아이큐비아는 최근 5년(2019년~2023년)간의 임상시험의 특성 및 글로벌 임상시험 다각화의 필요성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유럽에서의 임상이 감소했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은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유럽이 2019년과 2023년 모두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치는 32%에서 25%로 줄었다. 2019년 점유율 3위(17%)였던 중부 및 동부 유럽은 2023년 점유율 11%로 5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북미는 2019년 19%에서 23%, 중국은 10%에서 1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중부와 동부 유럽의 임상 점유율이 감소한 것에 주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임상 국 중 하나였는데 전쟁으로 임상이 어려워지며 임상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쟁 초기 러시아서 임상하던 국내 제약사는 임상을 중단하거나 계획을 수정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을 포함한 8개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했고, 휴온스글로벌은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위탁생산(CMO)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에 도전한 HLB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던 임상 문제로 고배를 마셨다. HLB에 따르면 FDA로부터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일부 미비 △해외여행 제한으로 인한 BIMO Inspection(임상 사이트 실사) 미완료 등을 지적받았다. FDA는 실사 미완료 국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HLB는 미완료 사유가 ‘여행 제한’으로 밝혀짐에 따라 해당 국가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FDA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백인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같은 백인이라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부 유럽에서 임상 비용이 저렴하다. 또 러시아는 공공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임상시험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다국적 임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 수혜는 미국과 중국이 가져갔다. 가장 많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위 10개국 중 미국과 중국의 점유율이 각각 4.3%, 6.1% 증가했다. 나머지 8개 상위 국가들의 점유율은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임상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해당 국가에 진출하려면 그 나라에서 임상을 대부분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거대 의약품 시장 중 하나이기 관련 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많을 테고, 특히 최근 5년 동안 중국 인프라가 발전하며 임상이 증가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아이큐비아는 보고서를 통해 임상 진행을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를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