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움직이던 대전제 무너졌다…‘고평가’ 인기 거래 재평가 시작

입력 2024-07-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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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 전망·금리 인하·AI 등
채권시장서 단기 증권 매수세
엔화 이달 저점 대비 6% 상승
AI 기술 성과 의구심에 열기↓

▲미국 뉴욕 맨해튼 자치구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 월가 표지판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여 온 기본 전제가 빠르게 재검토되면서 고평가된 인기 거래 상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경기 전망,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인공지능(AI) 등 기존 투자자들이 상정했던 가정이 뒤집히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빠르게 재분배하고 있다.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더 빨리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술 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구리 등 산업용 금속도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경제 우려 등을 반영해 상승세를 반납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글로벌 성장 전망 악화에 따른 금리 인하 관측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이라는 우려 속에 단기 증권을 사들여 차입 비용이 낮아지기 전에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10년물 국채 금리를 12bp(1bp=0.01%포인트)만 웃도는 수준까지 수익률 격차가 축소되면서, 2022년 중반 이후 수익률 역전 해소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시장은 연내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리프라이싱은 엔화 가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엔화는 최근 2년간 미국 통화 긴축 정책의 가장 큰 희생양이 돼 왔다. 엔화는 이달 들어 한때 저점 대비 약 6% 상승하면서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멕시코 페소,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등 수익률 높은 통화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수익률 낮은 엔화에서 차입하는 것을 선호해왔지만, 이제 일본은행과 다른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단어 앞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든 피규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식시장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AI 투자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보상이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로감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앨릭 영 맵시그널 수석 투자 전략가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모든 AI 인프라 지출에 대한 투자수익률(ROI)이 어떠냐는 점”이라며 “엄청난 금액이 지출되고 있지만, 그 보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사그라지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 가격은 5월 중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20%나 빠졌다. 알루미늄은 이번 주 넉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투자자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루이스 빈센트 게브 가브칼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밸류에이션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기 거래의 리와인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르스텐 슬로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둔화가 시작되면 둔화 속도가 중요하다”며 “더 빠른 속도의 둔화는 기업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식과 신용 시장에서 매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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