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유발 단백질 표적해 제거‧비활성화
국내외서 관심↑… M&A‧기술도입 활발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이 하반기 제약‧바이오업계의 화두다. 국내 업계에서 이달에만 3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지며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은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 단위 규모 계약도 성사되며 추가 기술이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에서 TPD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기술이전‧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TPD는 세포 내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비활성화시키는 기술이다. TPD는 약으로 만들 수 없는 단백질에도 결합할 수 있어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 유한양행, 제넥신 등이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며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된 TPD 신약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TPD 개발에 열을 올리고 기술이전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이달 초 유한양행에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UBX-103’을 계약금 50억 원 포함 총 1500억 원 규모에 기술이전했다. 유한양행은 UBX-103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가지며, 임상시험 준비를 주도한다.
UBX-103은 유빅스테라퓨틱스의 자체 TPD 기술인 디그래듀서(Degraducer®) 플랫폼을 적용해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전립선암 환자에서 과발현 또는 과활성화된 안드로겐 수용체를 분해해 전립선암을 치료한다. 비임상 연구에서 기존 치료제로 인해 유도된 다양한 안드로겐 수용체 돌연변이를 효과적으로 분해하고 전립선암 동물 모델에서 암 성장 억제 효능을 나타냈다.
오름테라퓨틱은 이달 18일 총 9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 계약에 성공했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버텍스)와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기술을 이전하는 다중 타깃 라이선스‧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은 1500만 달러(약 207억 원)이며, 최대 3개 타깃에 대해 각각 최대 3억1000만 달러(약 4200억 원)의 추가 옵션과 마일스톤을 받는다. 추후 글로벌 연간 순매출에 대한 단계별 로열티도 받는다.
버텍스는 이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 처방 전 골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전처치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버텍스가 해당 타깃에 대해 연구, 개발, 제조, 상용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가져가 모든 연구개발(R&D)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오름테라퓨틱의 TPD 개념은 ADC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달 25일에는 파인트리테라퓨틱스가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전임상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분해 후보물질에 대한 독점 판권 및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전임상 EGFR 분해제는 다중항체 플랫폼 앱랩터(AbReptor™)를 통해 개발됐다. 이 플랫폼은 세포막 수용체와 혈장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설계된 항체 플랫폼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물과 EGFR 변이인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내성이 있는 종양에서 항종양 활성 효과를 보였다.
파인트리테라퓨틱스는 최대 4500만 달러(약 620억 원)의 선불 및 초기 계약 조건 달성에 대한 지급금을 받는다. 총 거래 금액이 5억 달러(약 6900억 원) 이상일 경우 추가 개발, 상업화 마일스톤에 대한 지급금과 상용화 시 글로벌 매출에 대한 단계별 로열티도 받는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TPD는 세포독성보다 특정 세포 신호에 관계된 물질만 분해하는 것에서 확장돼 세포독성을 일으키는 타깃으로 항체를 이용해 세포막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분해하고, ADC 개념까지 도입했다. 성공 확률이 많이 떨어지지만, 다양한 치료 접근법을 적용해 확률을 높이고 있다. 임상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면 확실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