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트럼프 ‘나이 공격’ 되치기당할 판
사법리스크 반격 카드 ‘차남 헌터’ 못 써
해리스, 시간·카리스마 부족은 과제…정권 심판론도
11ㆍ5 미국 대통령 선거가 28일(현지시간)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선 단념에 대선 구도가 급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 교체된 가운데 ‘트럼프 대세론’이 커졌던 이번 대선 판도가 ‘불꽃 튀는 접전’으로 바뀌게 됐다. 해리스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사람은 최근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공동으로 1018명의 등록 유권자를 상대로 22~23일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4%,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3%포인트) 내이긴 하지만 해리스가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우위를 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인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5개 경합주 지역 유권자 800~850명을 대상으로 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승 1무를 기록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차범위 이내 접전이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선수 교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어가던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확실한 계기가 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장 피격 사건으로 그에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를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사분오열하던 지지층도 결집하는 분위기다. ‘허니문 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판세를 뒤집는 저력도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선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데다가 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나이·인지력 공격은 59세 대타 후보의 등장으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사법 리스크는 한층 더 부각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때는 차남인 헌터 바이든을 언급해 공세를 방어할 수 있었는데,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 등판으로 선거 프레임이 ‘검사 대 중범죄자’ 대립 구도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아프리카계이자 아시아계라는 해리스의 인종적 배경도 유색인종 표심 공략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기기에는 시간과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리스는 부통령 재직 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늦은 출발과 최근 당내 혼란 속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에 맞서 얼마나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59세의 활력은 81세 바이든보다는 낫겠지만 이는 넘어야 할 낮은 기준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이인자’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리스 부통령 역시 고물가, 불법 이민 문제 등 정책 실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캐럴라인 선샤인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부조종사 해리스 부통령보다 4년간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에 대해 더 거짓말하고, 그의 형편없는 정책을 더 지지한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검사 출신의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지적하고 유권자들에게 그의 범죄를 상기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며 “다만 승리하려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단결시키고, 유권자들을 북돋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욕에 대응하면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선거운동 재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