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자유기업원 이사장
기득권 노조 임금상승 근거로 악용
주휴수당폐지·차등화라도 시행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더 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9860원에서 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 6270원이 된다. 주 40시간 일했을 때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하루 유급 휴가를 주는 ‘주휴수당’을 더하면 그리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물론, 무인 매장, 로봇 사용 등의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비숙련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다. 노동자들이 너무 낮은 임금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최소한으로 받을 임금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어렵게 만든다. 고용자들이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비숙련노동자들을 기계나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로 대체해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 숙박, 음식점업 종사자의 고용이 감소했고,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저임금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이다. 아직 숙련된 기술이 없는 젊은이들이 경제적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는 직업 경험과 현장실습이다. 숙련된 기술이 없고 경력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직업 경험과 현장실습을 통해 자신들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습득하여 미래의 경제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는 이러한 기회를 빼앗는다.
게다가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일자리의 질과 연속성을 떨어뜨린다. 고용자가 비용을 줄일 다른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쪼개기 채용’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쪼개기 채용이란 소상공인들이 주휴수당이라도 줄이기 위해 주 30시간 일할 1명 대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2명을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아르바이트생들은 월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등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한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이 인상됐다고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처럼 최저임금제는 고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제도가 유지되고 갈수록 강화되는 이유는 정치적 행위와 도덕적 이념이 단단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의 정치적 수요자는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거대한 노동조합이다. 노조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비숙련 비노조 노동자들이 숙련된 노조 노동자들과 경쟁할 방법은 자신들의 노동 서비스를 낮은 임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러한 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노조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 있게 한다. 그러한데도 최저임금제가 노동자 보호라는 좋은 의도를 가진 제도라고 믿는 경제학자들, 지식인들, 정치인들이 이를 적극 지지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의도한 효과는 물론 의도하지 않은 효과 모두가 고려돼야 한다. 정부 정책을 실행할 때 특히 그렇다. 아무리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쁘다면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겠다는 의도가 실제로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단순히 동기만 믿고 시행하는 것은 도덕적 방종이다.
최저임금제가 우리 사회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매우 짙고 음울하다. 그 그림자가 사라지게 하려면 최저임금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폐기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저임금제의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지금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주휴수당 폐지’와 ‘업종별 차등화’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제도임을 인식하고 꾸준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