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허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100조 원 이상으로 팽창이 예상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이들 기업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양대 산맥만큼 굵직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0년 740억 달러(약 10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격전지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투즈뉴’의 품목허가 승인 권고를 받았다. 2022년 9월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7월 재신청한 지 약 1년 만이다.
CHMP의 승인 권고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투즈뉴 개발 과정에서 해외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은 만큼 허가 즉시 마일스톤을 수령하면서 매출이 발생한다.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 치료제 허셉틴은 글로벌 시장 규모 5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자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제품을 생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침투한단 계획이다.
투즈뉴에 이어 글로벌 허가가 기대되는 바이오시밀러는 동아ST의 ‘DMB-3115’다. 지난해 6월 EMA,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각각 품목허가를 신청해 연내 유럽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허가받으면 동아ST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DMB-3115의 오리지널의약품 ‘스텔라라’는 판상형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지난해에만 14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8위 의약품이다.
동아ST는 2021년 85개국 이상의 글로벌 판매망을 보유한 인도의 다국적제약사 인타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허가 후 상업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일스톤 외에 판매 이익에 대한 두 자릿수 규모의 로열티가 예정돼 있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3월 파트너사를 통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바이알과 프리필드 시린지(Prefilled Syringe, 내부에 약물이 채워진 주사기) 유럽 허가를 신청했다. 프리필드 시린지의 경우 유럽에서 첫 번째 허가 신청이었다.
아일리아는 지난해 12조 원이 넘는 글로벌 매출을 올렸다. 적응증은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으로, 유럽에서는 2025년 5월 물질 특허가 만료된다.
삼천당제약은 SCD411의 유럽 허가 신청에 따라 파트너사로부터 추가 마일스톤을 받았다. 6월에는 아일리아 고용량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 609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알테오젠의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유럽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일정에 맞춰 품목허가를 받고, 권역별로 판권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