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등 3개 권역에 다목적 3·용수전용 4·홍수조절 7
집중호우 피해액 3년간 1.6조…"80~220mm 비에도 안전"
8월부터 지역설명회…환경장관 "댐주변 지원예산 대폭↑"
정부가 기후 위기로 인한 홍수·가뭄에 대비하고 국가 전략산업 관련 용수 확보 등을 위한 기후대응댐 14곳 건설을 추진한다. 모든 댐 건설이 마무리되면 연간 2억 톤 이상의 물을 새롭게 공급할 수 있고, 최고 220mm의 폭우에도 댐별로 빗물을 수용해 홍수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다목적·홍수조절·용수전용댐 등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유역별로 홍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한 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신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도출했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홍수 방어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댐 건설을 건의해 댐별로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했고 필요한 댐은 이번 후보지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기후대응댐을 추진하는 주요 배경은 최근 수년 간 이상 기후로 전국 곳곳에 홍수·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미래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 현재 물그릇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만 해도 경기 파주(873mm), 충남 부여(87mm), 전북 익산(704mm) 등에서 한 달 강수량이 연 강수량 절반을 초과했다. 특히 익산은 500년 빈도 이상의 강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 1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강우 패턴도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서울 동작구에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강도인 시간당 141mm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2년 만인 이달 전북 군산(시간당 146mm)이 기록을 경신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액은 최근 3년간 1조6000억 원을 넘었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한다. 2022년 남부지방에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227일 동안의 가뭄 발생 당시 여수·광양 국가산단 공장이 생활용수 부족으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만 다목적댐 건설은 2010년 경북 영천 보현산 다목적댐 착공 이후 14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현재 물그릇으로는 극한 가뭄과 장래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용수 공급의 주요 원천인 소양강댐·충주댐은 이미 용량 94%를 사용하고 있어 극한 가뭄 발생 시 생활용수 정상 공급이 어렵고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를 고려할 때 관련 댐 신설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총 14곳의 기후대응댐 후보지는 다목적댐 3곳,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댐 7곳으로 구성됐다. 권역별로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한강권역 4곳, 경북 예천군 용두천 홍수조절댐 등 낙동강권역 6곳,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등 금강권역 1곳,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 등이다.
세부적으로 한강권역의 수입천(강원 양구)·아미천(경기 연천) 다목적댐, 산기천(강원 삼척)·단양천(충북 단양) 용수전용댐, 금강권역의 지천(충남 청양), 낙동강권역의 운문천(경북 청도) 용수전용댐, 감천(경북 김천)·용두천(경북 예천) 홍수조절댐, 섬진강권역의 동복천(전남 화순) 용수전용댐 등 9곳은 신규 건설한다.
낙동강권역의 고현천(경남 거제), 가례천(경남 의령), 회야강(울산 울주), 섬진강권역의 옥천(전남 순천), 영산강권역의 병영천(전남 강진) 홍수조절댐 등 5곳은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을 통해 댐별로 한 번에 80~220mm의 강우에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23년 경북 예천군은 홍수로 3명의 인명 피해와 117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용두천댐이 건설되면 200년 빈도의 강우에도 댐 하류를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대응댐 14곳이 새롭게 공급하는 물은 연간 2억5000만 톤이다. 이는 시민 220만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극한 가뭄과 국가 전략산업 등 새 물 수요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작년 광주·전남 가뭄 당시 화순 동복천댐이 있었다면 가뭄이 가장 높은 '심각' 단계까지 가기 전에 위기를 타개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는 지역·주민 친화적 댐 건설을 위해 도로, 상·하수도, 수변공원, 캠핑장 등 댐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대폭 상향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합천댐(주민 참여형 수상태양광) △김천부항댐(수변공간 연계관광 활성화) 등 기존 댐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번 댐 건설로 인해 상수원 규제가 추가되지 않게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도 최대한 없도록 하고 수몰로 인한 이주 가구도 최소화하도록 후보지를 마련했다. 예컨대 총저수용량 1억 톤으로 후보지 중 최대 규모인 강원 수입천 다목적댐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과 비무장지대(DMZ) 사이에 위치해 수몰되는 민간 가옥이 없고 댐 건설로 인한 상수원 보호구역 등 규제도 없도록 했다.
환경부는 내달부터 지역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 우려 사항을 설명하고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을 거칠 계획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반영하고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댐 위치·규모·용도 등이 확정된다.
김 장관은 "댐 건설은 지금 시작해도 10여 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최근의 기후 위기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다"며 "댐이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도로, 상·하수도 등 댐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