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도 금금금…우리나라가 양궁을 잘하는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4-07-30 16:13수정 2024-07-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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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올림픽에 나가는 것보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더 어려운 경기.
한국과 마지막으로 붙는 팀이 은메달을 따는 경기.
각국의 감독이 대부분 한국인인 경기.

바로 양궁입니다.

한국 양궁이 또 기록을 썼습니다. 변함없이 말이죠. 올림픽만 되면 메달을 따오는, 특히 금을 따오는 ‘효자 종목’ 1번, 양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그 이름값을 했는데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은 양궁 남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3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에 5-1(57-57 59-58 59-56)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그저 완벽한 승리였는데요. ‘압도’ 그 자체였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해 본 나라는 한국뿐이죠.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중국과의 결승에서 승리한 한국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기록’에 비할 바가 아닌데요. 남자 양궁에 앞서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경기 결승전에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은 중국을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물리치고 대회 ‘10연패’의 위엄을 세웠죠.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에서 우승한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 양궁은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 덕에 한국은 기존 파리올림픽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조기에 달성했는데요. 한국 양궁 대표팀은 모두 금메달리스트가 됐죠. 아직 개인전과 혼성 경기가 남은 터라 추가 메달 소식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이전까지 한국 양궁은 개인·단체 포함 총 43개(금 27개, 은 9개, 동 7개)의 메달을 땄는데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랭킹 1위의 성적이죠.

이쯤에서 드는 근본적인 질문, 우리나라 대표팀은 왜 이리 양궁을 잘하는 걸까요?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흔히들 시작은 조상부터 찾아봐야 한다는 진심 섞인 우스갯소리를 하는데요. 명궁, 명사수로 불린 ‘주몽의 후예’ 다운 실력이란 평가죠. 기본 DNA가 다른 ‘잘난 버프’를 이미 장착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현재 파리올림픽에서 총(사격), 칼(펜싱), 활(양궁)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등 특출한 재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능만 가진다고 10연패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빵빵한 지원도 동반됐는데요. 이 지원에는 ‘공정성’이 큰 바탕입니다. 원칙대로만 진행하죠.

익숙한(?) 파벌싸움, 학연과 지연, 불합리한 관행,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습니다. 도쿄올림픽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코로나19로 1년이 연기되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러 ‘그해에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다는 철칙을 지킬 정도죠.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수현(왼쪽부터), 임시현, 전훈영 여자 양궁 단체 국가대표 선수들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이런 공정성의 배경에는 40년째 대한양궁협회를 후원하는 현대차그룹이 있습니다. 단일 종목 후원으로는 국내 기업 중 최장 기록인데요. 현재까지 무려 약 5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대한양궁협회는 현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1985년 정 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 그 운동을 배우는 출신 학교나 사교육 기관별로 파벌이 생기고, 이 파벌 간의 암투가 발생하기 쉬운데요. 양궁에는 일체 이럴 일이 없습니다. 양궁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학교 내의 양궁부 정규 교육과 훈련을 제외한 일체의 사교육 행위가 금지되고요. 모든 비용을 양궁협회가 지원하죠. ‘금수저’라서 유리하고 ‘흙수저’라서 불리한 일 따위가 없는 겁니다.

올림픽 선발전 또한 평가전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요. 한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서 한 해 동안 쏘는 화살만 4000발이 넘죠. 한두 번 못 쐈다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앞선 올림픽 전적도 선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데요.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올림픽 선발 선수가 매번 교체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실제로 2020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 또한 이번 선발전에서 떨어졌죠. 코치진 구성도 공모를 통해 대표팀 지도자를 모두 교체하는 ‘이 철칙’을 따릅니다. 그야말로 오로지 실력으로만 뽑는 ‘공정성의 끝판왕’인 셈이죠. 그렇기에 모 협회를 향해 “같은 집안인데 왜 이렇게 다른가”라는 묵직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양궁 여자 단체 금메달 획득 후 시상에 나선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올림픽 지원도 정말 굉장한데요.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식당·화장실 이동시간 체크 등 세심한 동선을 관리했고, 한식 담당 주방장을 섭외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챙겼습니다. 또 경기장 10km 밖 전용훈련장과 경기장 300m 거리 별도 선수 휴게공간까지 마련했죠.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쳤고, 센강에 인접해 강바람을 만날 수 있는 앵발리드 경기장 특성을 고려해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요. 2020 도쿄올림픽부터 선보였던 심박 수 측정 또한 한국 선수들은 이미 적응을 마친 상태였죠.

이에 선수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오로지 자신의 컨디션과 실력만 신경 쓰면 되고요. 공정한 심사를 통해 뽑힌 만큼 ‘나에 대한 자부심’까지 추가하며 ‘강심장’의 면모를 뽐낼 수 있습니다.

거기다 최고의 복지, ‘금융 보상’도 추가되는데요. 소속팀과 문체부 외에 양궁협회에서도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단체전에는 2억 원, 개인전에는 3억 원이라는 포상금이 책정된 상태죠.

(연합뉴스)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지원과 공정성, 거기다 포상금까지…‘양궁을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저 존경스러운 모든 과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를 이겨내는 ‘강심장 궁사’들의 개인전 선전도 기대하게 되는데요. 개인전도 혼성전도 ‘주몽의 후예’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국 대표팀이 되길, 격한 응원을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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