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은 미국 주식시장 상승세가 매그니피센트7(M7) 주도로 이뤄졌던 현상이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M7 쏠림이 완화해도 미국 증시 랠리는 이어질 것이며, 빅테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소외된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부장)는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시장을 지배한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현상이 정상화하는 데 대비해야 한다”며 “상반기부터 M7 종목 내에서 주가 다각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니저는 “최근 변동에도 엔비디아나 메타플랫폼 등의 주가는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흐름이 부진한 테슬라, 애플 등 종목도 있다”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개별 종목들의 펀더멘털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성과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AB자산운용은 미국 증시 랠리가 지속하는 방향으로 쏠림 현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통화정책 등 거시적 불확실성이 지난해에 비해 해소되고, 하반기부터 개별 기업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S&P500을 기준으로 해도 M7을 제외한 다수 종목들은 저렴한 밸류에이션 상태에 있는 반면 기술 기업들은 성장 가속화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상승을 유발하려면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나 지정학적 불확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우량성 팩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헬스케어는 저평가된 대표적 인공지능(AI) 수혜 업종으로,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진 데다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 혁신, 고령화에 의한 추세적 성장 요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B자산운용은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6차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지표가 둔화하고 고용시장 강세가 수그러들어 연준이 운신의 폭을 넓힐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빠른 속도로 낮은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파트장)는 “물가 추이가 3%대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그간 ‘끈적끈적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 서비스 부문의 둔화 징후가 발견된다”며 “주거 비용이 주택 가격에 후행하는 시차를 조정해보면,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 속에서 조금 오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 매니저는 “다만 물가 둔화 수준은 연준의 타깃보다는 높은 상황으로, 연준이 원하는 선까지 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를 내려도 과거 대비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에 머무르는 시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가정했을 때 채권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시장을 떠나 있던 자금이 채권시장에 흘러들어오며 채권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 매니저는 “국채, 회사채, 고수익 등 금리 인하는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어떤 부문이 더 수혜일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정도”라며 “다만 ‘플러스 알파’를 노린다면 기관 주택저당증권(MBS)이나 높은 등급의 대출채권담보증권(CLO) 등으로 분산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대신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어 자본차익을 얻는 전략을 제안한다”며 “국채에 투자한다면 단기채보다는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편이 낫고, 이에 더해 크레딧 채권을 함께 편입하면 방어적이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