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또 다른 재미…사격·펜싱 등 특색 있는 경기복 '눈길' [파리올림픽]

입력 2024-07-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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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 앞서 주어진 5분 동안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 옷에 고정돼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종목마다 특색 있는 복장이 눈길을 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대회 초반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사격'에선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권총'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복장이 자유로운 데에 비해 '소총'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불편해 보이는 옷을 입고 사격에 나서는 것이다. 금메달을 딴 반효진(17·대구체고)은 사격복을 입은 모습이 옷에 갇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얼핏 보면 대학교 점퍼(과잠) 같기도 하고 가죽 재킷 같기도 한 이 옷은 소총 선수들이 반드시 입어야 하는 '사격복'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방탄을 위한 복장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메달을 딴 10m 공기소총에 사용되는 총은 무게가 5.5kg에 달한다. 대한민국 육군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총인 K2의 무게가 약 3.2kg, M16의 무게가 약 2.9kg이니 꽤 무거운 무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무게를 최소 20분을 들고 있어야 하고 60발을 쏴야 하기 때문에 소총 사격은 신체에 큰 무리가 간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사격복이다. 신체의 안정과 총의 흔들림 방지를 위해 주로 캔버스처럼 두꺼운 재질로 제작하는데, 옷이 너무 두껍거나 빳빳하면 자세를 고정하는데 유리해서 이를 제한하기 위한 국제사격연맹(ISSF) 규정도 존재한다. 그래서 사격복을 입은 선수들을 보면 다소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여자 개인전 32강 경기에서 한국 윤지수(오른쪽)가 우즈베키스탄 데이베코바를 상대하고 있다. 일반 옷 같지만 방탄복 만큼이나 튼튼하다. (연합뉴스)

올림픽에서 꾸준히 메달을 따며 인기를 끄는 펜싱도 '펜싱복'을 입어야만 경기할 수 있다. 날카로운 검을 사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위험한 스포츠인 만큼 보호 장비가 중요하다. 실제로 과거에는 펜싱 경기 도중 칼날이 부러져 보호 장비를 뚫고 들어가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펜싱복은 방탄복이나 헬멧에 사용되는 '케블라' 섬유를 쓰도록 엄격하게 지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일반 옷이랑 큰 차이가 없지만, 사실은 방탄복보다 촘촘하게 짜여 있는 '갑옷'에 가깝다.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도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들며 그물코의 짜임새가 큰 힘을 견딜 수 있게 구성돼 선수들을 보호한다.

펜싱복은 단순히 선수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역할도 한다. 펜싱복에는 종목별(플뢰레, 에페, 사브르) 득점부위에 무선 압력 센서가 조밀하게 분포돼 있어 칼끝이 살짝만 닿아도 바로 작동한다. 과거에는 심판의 눈에 의존해 오심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젠 과학을 이용한 정확한 측정으로 더욱 공정한 경기가 가능해졌다.

▲2008년 '기술 도핑' 논란을 일으켰던 스피도의 레이저 레이서. 가운데 마이클 펠프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에 '기술 도핑'이라 불리며 복장에 제한이 생긴 종목도 있다. 바로 수영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용품 회사인 스피도(Speedo)가 공개한 전신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LZR Racer)’는 수영의 역사를 바꿔버렸다. 초경량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든 이 수영복은 이전 세대 수영복보다 항력을 24% 감소시키고 영법의 효율성을 5%나 증가시켰다. 이를 입고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수영 대표팀은 세계 신기록을 25번 경신했고, 마이클 펠프스는 8관왕에 오르며 '수영 황제'로 등극했다. 이후 모두가 전신 수영복을 입었고 기록들이 경신됐지만,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기술 퇴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0년 결국 착용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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