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2003년부터 지원…누적 후원금 300억 원
선수촌에 경기장 설치·사전 모의훈련으로 적응력 키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태극 검사(劍士)들의 뒤에는 SK텔레콤이 있었다.
한국 펜싱은 1일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구본길·오상욱·박상원·도경동)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오상욱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 4위(최세빈), 여자 에페 단체전 5위에 오르는 등 한국 펜싱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펜싱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SK텔레콤의 꾸준하고 묵묵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SKT는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약 20년간 펜싱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SKT가 대한펜싱협회 등을 통해 지원한 누적 금액만 약 300억 원에 달한다.
SKT는 그간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 대회 지원 등에 집중해 왔다. 펜싱은 종목 특성상 상대 선수와의 대전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SKT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19회째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를 개최해왔다.
펜싱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종목이다. 이에 SKT는 선수의 장비와 시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윤시구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선수는 “선수들이 쓰는 장비나 시설 비용을 SK에서 지원해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어린 친구들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SKT와 펜싱협회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 세 단계에 걸친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해 실행했다.
먼저 파리 올림픽 사전 모의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piste·경기대)를 만들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까지 같은 조건을 맞춰 훈련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림픽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며 적응력을 높일 수 있었다.
파리 현지에 훈련 파트너 선수단 7명 등 별도 전담팀을 파견하고 전력분석관을 증원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원했다.
의무 트레이너 2명도 파견해 24시간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관리했다. 파리 샹젤리제 인근 한식당에서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선수들이 친숙한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왔다.
SKT와 펜싱협회는 이러한 현지 지원 활동을 위해 올해 초 올림픽 펜싱 경기장 인근 호텔을 선점했다. 해당 공간은 선수들의 휴식 등에도 쓰이며 사실상 한국 펜싱 대표팀의 ‘베이스캠프’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도 이번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내내 현장을 방문해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최 회장은 2018년 펜싱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펜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폭적 지원에 앞장서 왔다.
앞서 대회 직전 열린 ‘팀 SK’ 출정식에서 오상욱 선수는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주요 대회에 걱정 없이 참가할 수 있게 해준 SKT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원우영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코치는 “SKT의 지원을 통해 (선수 시절) 그랑프리, 월드컵 등 수십 개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한 기업의 관심, 그리고 꾸준한 지원이 이룩한 성과가 계속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펜싱은 명실상부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펜싱은 3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마지막으로 출격해 또 다른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