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화 약세에 엔화 강세 영향…원·달러 환율, 약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하락
한은 부총재, 시장점검 주재 회의서 수도권 주택가격·가계부채 리스크 누차 강조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1366.2원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종가(1376.5원)보다 10.3원 하락하고, 이날 새벽 2시 종가(1370.2원)보다 4.0원 하락한 수치다. 6월 7일(종가 1365.3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가 1368.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하락폭을 확대해 장후반에는 136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기대대로 하락하고 노동시장 정상화가 계속된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부각됐고,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직전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라 원화에도 강세 기조가 반영된 데다 달러 약세가 더해진 것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불안 요인으로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를 꼽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80~1390원대 고환율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원화 약세-달러 강세 기조가 더해져 1400원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첫 문단에 반영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피벗 시점을 고려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환율과 주택가격”이라고 언급했다.
적정 수준에서 원·달러 환율을 관리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9월 인하 가능성’ 발언 덕분에 고환율 부담을 조금 덜어낸 셈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의 발언은 한은이 조금 더 매파적으로 갈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한은이 금융안정(가계부채, 외환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한은이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면 통화가치 회복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상황이고, (한은이 금리를 조기에 인하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연착륙도 도모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에서 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강세가 원화에 추가적인 강세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로 빠졌다”며 “한은 입장에서 4분기에 운신의 폭이 생긴 것 같다. 금융안정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금리 인하 속도는 미국과 다르게 긴 시계에서 천천히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내외 금융여건 변화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이에 대해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판단 기준을 주요국 통화정책이 아니라 국내 금융안정에 맞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과 민감도가 높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스트레스 DSR 2단계의 9월 시행을 맞춰서 10월이 유력할 것으로 생각하며, 추가 인하는 부동산, 가계부채 정책의 효과를 확인한 후에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승권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를 언급한 것은 연준의 결정이 큰 영향을 안 준다는 신호를 일단 준 것”이라며 “이제 FOMC 회의결과보다 앞으로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 등 경제지표 수치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8·10·11월 세 차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