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범죄인 인도 요청 기각 항소 안 해…법적 구속력 있어”
한국, 증권성 판단 미국에 비해 좁아…인정 가능성 낮아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의 한국 송환이 결정됐다. 권도형 씨의 인도 행선지는 몇 차례 바뀌었지만 결국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에 대해 한국으로 약식 인도를 허용했지만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며 “검찰과 변호인이 이 결정에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법원 결정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포데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를 미국에 송환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권 씨 변호사들은 항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심리를 명령했다. 3월 고등법원은 권 씨를 한국으로 송환한다고 결정했는데, 고등검찰청이 불복하고 항소했으나 항소법원은 한국행을 확정판결했다.
항소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고등법원 결정에 힘을 실었다. 고등법원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빨랐다며 권 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1심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순서상 먼처 도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1심 판결은 이유가 명확하고 충분하며 2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권 씨가 한국에서 처벌을 받게 되면 수위가 미국에 비해 낮아질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테라ㆍ루나의 자본시장법상 증권성 판단은 권 씨가 국내에서 처벌을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돼왔다. 형사재판에서의 결과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증권성 여부 판단을 위해 하위테스트를 사용한다. 하위 테스트는 △ 자본 투입 △일정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 △투자금이 공동 기업에 소속 △투자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 도출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다만, 국내의 경우 ‘권리성’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증권성을 판단하는 범위가 좁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테라ㆍ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다고 예측한다. 검찰은 테라·루나 사건 공범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두 차례나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루나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권법 위반 외에도 또 다른 혐의들이 추가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테라와 루나의 디페깅 당시 테라폼랩스 측에서 보유 비트코인을 이용해 다시 페깅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결국 못 맞췄다. 그러나 그 당시 권도형 측은 가진 비트코인을 모두 페깅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기망행위로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기죄를 적용받더라도 국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피해 보전금액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권 씨가 SEC와 합의하면서 6조 원 규모의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국내 피해자가 보전받을 금액은 더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 씨는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민사소송에서 44억7000만 달러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