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플랫폼 규제 법안 잇따라 발의…C커머스 공습 속 업계 좌불안석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에 따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이지만 자칫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로 변질되면서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알리, 테무 와 같은 ‘차이나(C)커머스’ 의 한반도 침공이 거세진 상황에서 안방 자리를 내줄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금융당국 및 정치권에 따르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급격히 개편된 전자상거래 환경 속에서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온라인 판매사업자(플랫폼 서비스 입점업체 및 자체인터넷사이트 사업자)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도 리콜조치가 있을 경우 판매차단 등 협조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소비자의 합리적 결정을 위한 정보제공 범위 확대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확대 등 각종 의무를 부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 완화,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동의의결제도 도입과 같은 소비자 피해차단 및 구제 방안이 포함됐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를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정부의 방침에 비판이 제기되자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기존의 전자상거래법은 전통적 거래수단인 ‘통신판매’를 전제로 하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중심의 거래에서 소비자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관리·감독 없이는 소비자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의 구매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그 역할에 부합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시 정부가 이를 신속히 차단하고 구제에 나설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이용조건·대가, 이용조건 변경 시 사유·절차, 해지나 서비스 제한의 절차·요건, 이용자의 이의제기·피해 구제의 기준을 갖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비스 이용약관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신고된 이용약관이 실질적으로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 장관이 약관에 포함해야 할 사항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선사항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커머스 재무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 준비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티메프 대책회의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을 겸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재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검토했다. 이번 사태가 다른 쇼핑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다른 이커머스도 티메프와 유사하게 정산 대금 지급에 시차가 있어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정산 주기 및 정산 대금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업계의 규제가 대거 쏟아질 것을 우려한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티메프 사태의 원인은 금융이 본업이 아닌 비금융사업자가 결제 및 판매대금을 관리했기에 대금 유용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길었던 정산 주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며 “향후 규제 방향성 역시 해당 안건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C커머스사와의 역차별이다. 규제가 만들어지면 현행법상 국내 이커머스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리는 국내 이커머스사들로서는 이중고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