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사로잡을 '킬러서비스' 관건
‘PC시대 최강자 MS, 모바일시대 최강자는 애플, AI 시대는?’
챗GPT가 시장에 나온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을 군림하는 최강자가 없다. AI 기술의 성숙도는 어느 정도 무르익었지만,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AI 서비스나 제품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더는 자사 거대언어모델(LLM)이 우수하다는 경쟁은 사라지고 제품화에 혈안이다. 높은 개발비와 운용비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서둘러 기술 고도화나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익모델 발굴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는 논문이나 연구 얘기가 주를 이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미국에서도 기술 얘기를 하고 연구 얘기를 하는 시대는 끝났다. AI 기술로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수익화에 관한 이야기가 업계의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한 만큼 수익 실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AI 업계에서는 수익 창출을 이끌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공동창업자인 박은정 업스테이지 최고과학책임자(CSO)의 직책을 CPO로 전환했다. 이는 AI 기술이 어느 정도 고도화된 상황에서 기술 연구보다는 제품 출시를 통한 수익 창출이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오픈AI가 6월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CPO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 제품 개발 임원을 역임한 케빈 웨일 CFO는 오픈AI에서 소비자와 개발자를 위한 제품 연구를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소비자 친화적인 킬러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시장 승기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챗GPT 4.0 정도만 나오면 필요한 수준의 기술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누가 먼저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사람들이 쓰도록 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대단해서 선택받은 게 아니다. 대중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며 “카카오톡은 선물하기, 이모티콘 기능으로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잡았고 인스타그램도 기술적 혁신보다는 사용자 직관적인 플랫폼으로 전 세계 이용자를 끌어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시장은 결국 삼성, 애플 등 온디바이스 기반 AI 사업자와 오픈AI, 마이크로포스트 등 클라우드 기반 사업자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 접점 측면에서 유리한 삼성,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검색과 AI를 결합한 구글, 오픈AI 등의 사업자 간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아직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화를 이야기 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결국은 온디바이스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