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안정성 높은 LFP 배터리 주목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열 안전성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채택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도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에게 점유율을 내준 상황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EQE에는 중국 CATL과 파라시스의 제품이 공급됐다.
벤츠 EQE에 탑재된 NCM811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다. 니켈 함량이 많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코발트와 망간 비중이 작아지며 열 안정성이 떨어진다.
전날 충남 금산에서도 충전 중이던 기아 EV6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EV6에는 SK온의 삼원계 배터리가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반적인 배터리 열폭주에 따른 화재와는 양상이 다른 만큼 제조사 측은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가 중국산 배터리의 품질 문제인지, 배터리나 충전기의 안전성 문제인지는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만큼 향후 완성차·배터리 기업은 가격이나 주행거리보다 안전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화재 모두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내연기관차 수준까지 늘리기 위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해 왔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삼원계 배터리보다 열 안전성이 높은 LFP 배터리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FP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를 포함하지 않아 가격이 낮고 열 안정성이 높다. 이미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 폭스바겐, KG모빌리티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계획이다.
현재 LFP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중국 기업들의 독주 체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LFP 배터리 중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CATL과 BYD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을 높인 LFP 배터리 개발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르노와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말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삼성SDI는 2026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전기차용 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2026년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