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금빛 매너’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랭킹 5위 박태준(20·경희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2-0(9-0 13-1)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날 마고메도프는 1라운드 종료 1분께 전 발차기 도중 왼쪽 정강이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몇 분간 휴식한 뒤 경기가 재개됐지만, 분위기를 반전하진 못한 채 박태준에게 1라운드를 내줬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도 마고메도프는 경기 종료 1분여 전 또 한 번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가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기권하면서 박태준의 우승이 확정됐다.
박태준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은 상태로 격려했으며, 상대가 매트 위를 완전히 떠난 후에야 태극기를 들고 기뻐했다. 박태준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은 지난달 28일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2라운드 도중 뒷걸음질하다가 넘어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줬다. 당시 장내는 박수와 환호 소리로 가득 찼다. 오상욱은 상대를 15-11으로 꺾고 우리나라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또 31일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 나선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은 막심 피암페티(프랑스)와 7라운드 도중 심판에게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보호구까지 벗어젖히며 무릎을 살짝 굽힌 뒤 고개를 숙였다.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프랑스 선수들과 대비되는 ‘공손 전략’으로 화제를 빚었다.
메달은 놓쳤지만, 경쟁국의 찬사를 받은 선수도 있다. 신유빈(20·대한항공)은 3일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하야타 히나(일본)와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2-4로 석패했다. 아쉬울 법도 했지만, 신유빈은 경기 후 하야타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코트를 한 바퀴 돌면서 손을 흔들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 뒤 경기장을 떠났고, 관중도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20 도쿄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이토 미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탁구는 경기 중 부상이 많은 가운데 두 선수가 많은 긴장감 속에서 열심히 했고, 마지막 한국 선수의 포옹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일본 네티즌들도 “감동적이었다”, “패자의 품격”, “앞으로 응원하고 싶다” 등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