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변화 끌어내려면 올바른 수가 체계 개선 필요
서울대학교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8일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벌어지는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의료개혁특위의 문호가 진정으로 열려 있다면 특위의 논의 내용과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며 “의료 정책과 같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은 필요한 경우 누구나 되짚어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료개혁특위 및 전문위원회, 소위원회 등의 회의는 참여 인력 명단과 회의 자료조차 비공개 상태다. 비대위는 “올해 2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은 6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서야 비로소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보다 신중하게 검토됐다면 현재의 의료 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의료 정책을 다루는 위원회가 다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 회의는 생중계나 속기록을 통해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의료개혁특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침 등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고갈돼 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장기적인 의료 정책이 없다면 상급종합병원만의 변화는 지속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목표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가 아닌,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함께 협력해 환자의 건강 상태가 향상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1, 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1, 2차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의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가 체계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올바른 의료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난치 질환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이며 상급종합병원 이용 여부는 의료소비자가 아닌
의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데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이루기는
어렵다”며 “상급종합병원 진료에 대한 결정은 기계적 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급성기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회복·만성기에는 1, 2차·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진정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변화를 끌어내려면 중증 희귀 질환 진료기관, 교육수련 기관으로서의 역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면밀히 추산해 투입해야 할 것”이라면서 “검사와 약 처방, 시술·수술뿐만 아니라 충분한 상담과 교육,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수가와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으로 환자의 중증도가 상승하면 이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도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 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 병상의 감축은 일반직의 업무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