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석화업계…비주력 사업 떼고 투자 속도조절

입력 2024-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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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2분기 아쉬운 실적
범용 비중 줄여 사업 재편 속도
투자 속도조절→재무 안정 주력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다.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름하는 범용 제품 비중을 대폭 줄이는 한편, 투자 계획을 순연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는 등 재무 건전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회사들은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1112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174억 원의 적자를 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32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국 내 대규모 에틸렌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 비중이 높을수록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범용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이 장악한 범용 시장에서 눈을 돌려 고부가가치(스페셜티)나 이차전지 등 신사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실적 하락으로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자 투자 계획을 순연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검토 중이었던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공장과 모로코의 LFP(리튬인산철) 공장 투자를 1~2년 미루기로 했다. 도레이와 합작해 헝가리에 분리막 원단 라인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전방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투자 시계가 늦춰지며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축소했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중심으로 연간 4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3조 원 초·중반대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비주력 사업도 빠르게 정리한다. LG화학은 지난해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IT필름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고, 올 상반기에는 범용 제품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기초화학 부문의 비핵심 사업과 자산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을 통해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2030년 30%까지 낮추고, 총 잉여현금흐름(FCF) 4조9000억 원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3조 원 수준에서 내년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인다

매각 대상으로는 올 초 매각이 무산된 파키스탄법인(LCPL)과 말레이시아 자회사(LC타이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1조50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업황 불황에 고전하고 있다. 2분기에는 정기보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47%까지 하락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90%에 달했던 중국 에틸렌 가동률이 82%로 하락했다. 수요 회복이 더딘 만큼 업체들은 공급 축소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제품 스프레드(수익성)는 지지되고 있지만 낮아진 가동률과 누적된 전방 재고는 향후 공급 부담으로 작용해 업황 회복 속도는 더딜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지원책 마련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4월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협의체’를 출범했으나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일찌감치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본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컸다. 일본 정부는 1983년 ‘특정산업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시행하고 공동 투자, 공동 판매 등을 주도했고, 기업별로 특정 제품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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