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금 회수 시급한 피해업체에게 1대주주가 의미 있겠나…더 황당할 일"
"과거 티몬ㆍ위메프 인수 당시와 동일한 수법…돈 대신 지분으로 막는 식"
티몬ㆍ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핵심인물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9일 발표한 신규법인(KCCW, K-Commerce Center for World) 설립과 티몬ㆍ위메프 합병 계획 등 글로벌 플랫폼 재도약 청사진과 관련해 이커머스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구영배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루 전 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해 KCCW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티메프에 정산을 받지 못한 피해업체들을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에 대한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법인을 통해 티메프 합병을 추진하고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차원이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간)합병이 이뤄지면 플랫폼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면서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제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커머스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허무맹랑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피해업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전환사채나 플랫폼에 주주로 참여를 하는 것이 아닌 상품 판매에 따른 미정산금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받는 것"이라며 "각 판매자들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1대주주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발표한 합병 계획에 대해 그가 과거 추진했던 티몬ㆍ위메프 인수 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과거 재무구조가 좋지 않던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 썼던 방식이 바로 지분 스왑"이라며 "이번에도 채무(부채)를 또 지분으로 막으려고 하는 밑작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구 대표가 이번 합병을 통해 티메프가 국내 4위 플랫폼으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세웠지만 양 플랫폼 내 미정산 및 환불 이슈로 고객과 입접업체들이 빠져나가고 개점휴업한 현 상황에서 사실상 플랫폼으로의 기업가치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구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자신에 대한 사기ㆍ횡령 혐의 등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라는 시선도 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향후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정다툼이 진행될텐데 그 과정에서 '본인은 할 만큼 했다'는 면피성 성격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