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극히 어렵다는 설도 사실과 달라
막연한 공포 대신 안전 의식 강화 필요해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자체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 대신 안전한 전기차 사용을 위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립소방연구원,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최초로 발생한 2017년 이후 전기차 화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17년 1건,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매년 사고가 늘어나며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 역시 2017년 0.4대에서 지난해 1.3대 수준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얼핏 전기차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의 1만 대당 화재 발생 비율은 2017년 2.2대에서 2023년 1.9대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기차 대비 화재 사고 발생률이 높다. 2019년 1만 대당 1.98대로 2대 선이 깨지긴 했지만 2020년 이후 꾸준히 1.8대에서 1.9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증가율 측면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하고, 절대적인 화재 사고율은 여전히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적게 발생한다.
2017년 2만5108대 등록된 전기차는 올 상반기 60만6610대까지 늘어나며 7년여 만에 24배 이상 늘어났다. 보급 증가 속도 대비 1만 대당 화재 건수를 따지면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은 우려에 가까운 셈이다.
화재 사고 건수 대신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배터리로 인해 화재 진압이 극히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당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초진이나 확산 차단에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충청남도 금산의 한 주차타워에서 발생한 기아 EV6 화재 사고의 경우 소방차 등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이 투입돼 큰 피해 없이 1시간 37분여 만에 화재를 진화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소방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 여파가 커진 인천 청라국제도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화재 사고와 피해 정도가 크게 다른 모습이다.
최근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전기차 충전 시설 지상설치 등이 전기차 화재 사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동화가 필수적인 만큼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안전 규정, 사고 발생 시 대처 방안 등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너무 화재 사고 자체에만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기보다는 배터리 관리 방법 등 안전한 사용을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