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들썩이자 대출 수요도 '폭발'
주요 은행들이 또 다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약 한 달 새 다섯차례나 금리를 올린 은행도 있다. 잇따라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좀처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투자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나란히 주담대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20일부터 대면 주담대(5년 변동) 금리를 0.3%포인트(p) 상향 조정한다. 비대면 아파트 주담대(5년 변동) 금리도 0.1%p 올린다.
이번 금리 인상은 한 달 사이에 네 번째 이뤄진 것으로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과 24일, 이달 2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를 높인 바 있다.
농협은행도 1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p 올린다. 지난달 24일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 금리를 각 0.2%p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가세했다. 케이뱅크는 이날 아파트담보대출 5년 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1%p 높였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달 9일과 23일, 30일에 이어 한 달 새 네 번째 조정했다.
이들 은행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시중은행들이 총량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한 달 새 다섯 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15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였고 29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다. 이달 7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0.3%p 올렸으며, 16일부터는 0.3~0.5%p 추가 인상에 들어간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3일 주담대 금리를 0.13%p 올린 것을 시작으로 총 네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현재 국민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 상품의 경우 연 4.39~5.79%, 혼합형 상품은 연 3.54~4.94%로 집계됐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1일 주담대 금리를 0.2%p 조정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대출 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 데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4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 월 4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3월(4만233건) 10개월 만에 거래량 4만 건대를 회복한 뒤 4월 4만4119건, 5월 4만3278건, 6월 4만3300건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이 월 4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가계대출 규모도 같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2024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5000억원 불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주담대 잔액이 지난달 5조6000억 원 늘어난 882조5000억 원으로, 전월(6조2000억 원)에 이어 큰 폭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의 주단위로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면서 "은행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은행으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