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 속 경제 안정화 모색
중국 경제상황 녹록지 않아
경기둔화 우려에 채권 수요 치솟아
금리 하락 방어 위해 지방은행 국채 매수 금지령
중국 정부가 미국 금융당국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다. 미·중 무역 긴장 속에도 양국의 경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은 내부적으로 채권시장 과열 조짐으로 금융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당국이 지방은행의 국채 매입을 금지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15~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제5차 금융워킹그룹 회의를 연다. 지난해 말 발족한 금융워킹그룹 회의가 중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표단에는 브렌트 니먼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를 필두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관계자들이 포함된다. 중국 측은 쉬안창넝 인민은행 부행장과 다른 고위 관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금융 및 자본시장 안정화 방안과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등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다. 또 중국 인민은행이 신흥국들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도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그간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주요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양국은 서로 스와프를 체결할 계획은 없지만, 미국은 중국이 맺은 계약 관련 세부 정보를 확인하기를 원한다.
특이 이번 회의는 중국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지난달 폐막한 이후 미·중 고위 관리들이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이례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채 금리의 지나친 하락(국채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국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여러 지방은행은 전날부터 국채 매수를 중단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9일 채권시장 거품을 경고하며 거래 중단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당국은 일부 대형 은행에는 채권을 매수한 고객에 대한 세부 정보를 기록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증권사 최소 4곳도 지난주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국채 매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채권 펀드에 대한 승인도 늦춘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이 채권시장 랠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연초 2.62% 수준이던 중국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가다 5일에는 2.1% 밑으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직접 조치에 나서면서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2.24%를 찍기도 했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과도한 채권시장 리스크를 막는 방법이긴 하지만 당국의 이러한 개입은 시장 기능을 훼손하고 투자자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