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국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점”
“약점…자산 축적은 통찰ㆍ성실의 증거”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나 주지사의 자산 규모가 이달 초 공개되자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소박한 재산으로 일반 미국인의 삶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자기 자산도 성공적으로 일궈내지 못한 사람이 하물며 나라경제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맞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인들은 월즈가 그다지 부자가 아닌 것을 좋은 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갖고 있다면서 월즈의 재정 상태가 리더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성공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월즈와 배우자 그웬 부부의 순자산은 2019년 재산신고서 기준으로 11만~33만 달러(약 1억5000만~4억5000만원)로 추정됐다.
연금을 제외하고는 큰 투자 자산이 없었다. 주식ㆍ채권ㆍ가상자산(코인) 등을 보유하지 않았고, 유명 정치인들이 하는 연설이나 저서 출간 계약에 따른 수익도 없다. 심지어 집도 소유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주택을 3채 보유했고, 금과 코인을 포함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다. 이들 부부의 순자산은 400만~1040만 달러로 추정된다. 밴스는 월즈와 같이 흙수저 출신이지만 상당한 부를 일궈 금수저가 됐다.
재산과 함께 중서부 농촌에서 태어나 아이비리그 졸업장 없는 교사 출신인 월즈의 경력은 백인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으로 여겨지는 민주당에서 오히려 두각을 나타냈다. 부통령 후보로 낙점받는 데도 이런 그의 평범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미국인들은 월즈가 술자리 후 맥줏값을 나눠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으로 정책에 관련해 자신의 개인적인 재정 상황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40대 사라 버크는 월즈의 재산 규모가 자신의 부를 위해 공직을 이용하지 않고,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를 이해하는 신호로 봤다.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인 해리스에게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월즈의 재산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약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부통령이 된다면 수많은 최고경영자(CEO), 은행가들과 논쟁을 하거나 더 큰 경제를 다뤄야 하는 데 미숙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은퇴자 제리 도슨은 “후보자가 많은 순자산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후보자 본인이 벌어들인 것이라면 그 후보자는 재정ㆍ사업ㆍ투자에 대한 통찰력이 있으며 벌어들인 돈을 저축하는 데 성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월즈보다 밴스가 더 나은 후보자다”고 평했다.
또한 재정적으로 안정적일수록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 이익집단에 의존할 가능성도 낮다고 짚었다.
도슨은 “이상적인 후보자는 자신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사람으로, 예산 내에서 일하고 세금과 규정을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에 일반 대중들이 부자를 점점 더 존경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탈리아 밀라노보코니대의 기도 알파니 경제사학자는 “일반 대중이 부자를 점점 더 존경하게 되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유권자들은 매우 부유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데 더욱 열렬해졌다”면서 “유럽인에 비해 미국인은 부유하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한 무언가를 시사한다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풀이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사는 26세 공무원 마크 워드로는 “월즈의 재정 상황이 매력적이면서도 걱정스럽다”면서 “돈이 지배하는 정치에서 벗어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주식 시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금도 좋지만 미국인들이 헤쳐나가야 하는 금융세계의 모든 요소에 발을 담가본 사람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변인은 후보자의 재정에 대한 질문에 WSJ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해리스-월즈 캠페인의 대변인인 찰스 루트박은 “월즈는 육군 방위군ㆍ교실ㆍ정부청사 등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면서 “월즈 부부는 전국의 많은 가족들처럼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밝혔다.
밴스 대변인 루크 슈뢰더는 “밴스 상원의원은 빈곤 속에서 자라 역경을 극복하고 미국의 꿈을 이뤘다”면서 ”그는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