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제 상황과 대중 인식 사이 괴리 커져
보육비, 임대료 등 고정비 급등, 가계에 부담
12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결제업체 어펌이 성인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59%는 “미국이 현재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약 15개월 전인 지난해 3월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해 내년 7월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활비 상승과 생계유지 어려움이 이런 판단의 주된 근거였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침체’라는 용어를 “경제 전반에 걸쳐 몇 달 넘게 지속하는 경제활동의 현저한 둔화”로 정의하고 있다. 해당 기준으로 볼 때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한 시기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초다.
이후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문제가 해소되면서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 월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세테라파이낸셜그룹의 진 골드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경제는 골디락스(높은 경제성장에도 물가가 하락하는 최상의 상태)”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경기침체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국가 경제와 시민들의 일상에 괴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어펌의 비샬 카푸어 수석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회복력을 갖고 있어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이스 창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우린 ‘바이브세션’에 빠져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몇 년간 부의 창출은 주택 소유자와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며 “그러나 인구 약 3분의 1이 그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이러한 단절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훌륭해 보이지만,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부유층과 부유하지 않은 계층 간 격차가 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바이브세션처럼 단지 분위기에 그치지만은 않는다고 CNBC는 짚었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새로운 징후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 기준)이 9.1%로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체율을 집계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더 많은 가계가 향후 몇 달 동안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육비와 임대료, 보험료 등 높은 고정비용이 가계 예산을 짓누르면서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간 물가상승률의 전반적인 속도는 최근 집계에서 3%로 떨어졌지만, 임대료와 전기료는 2년 새 10% 이상 올랐고 자동차 보험료는 거의 40% 급등했다”며 “피하기 힘든 고정비용이 가계 예산을 크게 억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Vibe(분위기)’와 ‘Recession(경기침체)’의 합성어로 국가 경제 실제 상황과 상관 없이 대중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